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의 성과관리 (4) 최희민 라포랩스 CEO 인터뷰
“위대해지고 싶지 않다면, 애초에 회사를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
벤 호로위츠의 <하드씽>에서 잘 알려진 문장이지요. 말그대로 ‘위대한 기업을 만드는 것’ 자체가 꿈인 창업자를 만났습니다. 세 번의 실패 끝에 다른 유니콘 기업에서 구성원으로 일하면서 로켓 승선을 경험한 뒤 네 번째로 창업한 회사는 2020년 9월 앱 출시 이후 누적 다운로드 수 400만건, 월 거래액 100억원을 돌파했습니다. 2022년 현재 구성원 수는 130명을 넘어섰고, 누적 투자액은 550억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패션 커머스 ‘퀸잇’, 푸드 커머스 ‘팔도감’ 등 X세대를 위한 라이프플랫폼을 만드는 라포랩스의 최희민 CEO 이야기입니다.
라포랩스가 2020년 9월 첫 선을 보인 패션커머스 앱 ‘퀸잇’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400만건에 달합니다.
1. 30명 → 50명 → 100명 기업의 규모에 따라 요구되는 리더십이 달라진다
“30명까지는 회사의 생존을 위한 성장이 매우 중요하고, 50명부터는 위임이 중요하고, 100명 넘으니까 컬처(문화)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30명 규모로 성장하기 전까지는 살아남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이때까진 대표가 다 해야죠, A부터 Z까지. 개발도 하고, 마케팅도 하고.
30명에서 50명까지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 대표로서 이런 생각이 들어요. ‘내가 더 열심히 한다고 해서 회사의 성장이 더 빨라지진 않는다.’ 규모가 어느 정도 커졌으니까 대표 개인이 실무를 열심히 하는 것보다 구성원들이 열심히 할 수 있게 방향성과 맥락을 잘 짚어주는 게 더 중요해진다는 의미인데요.
그리고 100명이 되면 대표가 직접 커뮤니케이션할 수 없는 구성원들이 다수 생기죠. 그때부턴 컬처로 그들이 움직이도록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컬처가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구성원들에게 자연스럽게 동기를 부여하는 문화를 만든다는 의미인데요. 즉, 일을 열심히 하려는 동기 부여가 잘 된 상태에서 유지되거나 동기가 떨어진 상태를 다시 끌어올려야 하는데요. 50명 이하의 조직에선 대표가 구성원들이 어떤 상태인지 다 인지할 수 있어요. 누가 컨디션이 안 좋거나, 동기가 떨어져 있거나. 그런데 100명이 넘으면 그게 다 파악이 안되니까 제도적으로 혹은 비제도적으로 구성원의 상태를 인지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한 것이지요.”
라포랩스 제품팀을 이끄는 홍주영, 사업팀을 이끄는 최희민 라포랩스 공동대표 사진. 레몬베이스는 최희민 대표(오른쪽)와 라포랩스의 성장과 성과관리에 대하여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라포랩스 제공.
”창업 초기부터 생각해야 되는데, 그렇다고 해서 그때부터 컬처를 명문화하거나 이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는 ‘컬처 세션’을 진행할 필요는 없어요. 대표와 모두 너무 가까이서 일하니까. 하지만 구성원이 많아지면 컬처 세션과 같은 제도도 필요하죠.”
“우선, 컬처가 어떻게 형성되냐면 30명 미만일 때는 대표가 일하는 방식 자체가 컬처가 됩니다. 대표의 언어적, 비언어적 의사결정들이 모여 문화가 되는 것이지요. 대표가 밤 늦게까지 일하면 밤 늦게까지 일하는 것이 곧 컬처가 되는 거죠(웃음).”
“완전 반영해야죠(웃음). 본성과 다른 방식으로 일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럼 대표가 평생 가면을 쓰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결국엔 그 방식이 깨질 수 밖에 없어요. 대표가 만약 자유로운 문화를 원한다면 대표가 자유로워야 하고요, 대표가 수평적 조직을 원한다면 대표가 수평적으로 의사소통해야 합니다. 진심으로. 이게 엄청 중요해요.”
2. 신규 입사자가 많으면, 구성원 입장에서 심리적 안전감이 떨어진다
“저는 2018년 당시 토스가 100명에서 300명으로, 하이퍼커넥트가 20명에서 200명으로 성장할 때 각각의 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요. 이 경험은 업무 역량과 컬처/피플,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는데요.
말씀드렸듯이, 창업 초기엔 대표가 제품 개발, 마케팅, 머천다이징(MD), 세일즈, 회계, 재무, 투자 유치 등을 다 해야 해요. 이 모든 부분에서 꽤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단기간에 크게 성장할 수 있어요. 물론 이 모든 것에 대해 대표가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회사가 성공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에요. 대신 오래 걸리죠.
토스도 4년 정도 암흑기가 있었고, 하이퍼커넥트도 비슷한 시기가 있었어요. 기본적으로 4~5년은 대표가 실패를 겪으며 성장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와 홍주영 대표는 이 시간을 토스나 하이퍼커넥트에서 보내며 많은 분야에 대해 엄청 빠르게 배울 수 있었어요. 그래서 둘 다 제품 개발도 할 수 있고 마케팅도 할 수 있고 데이터 분석도 할 수 있고. 각 분야에서 꽤 높은 수준의 이해도를 갖고 실무를 처리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웠다는 것이 당시 경험에서 배운 것의 한 부분입니다.
컬처 측면에선 구성원이 10명, 30명, 50명, 100명, 200명, 300명으로 늘어날 때 어떤 문화적 변화가 일어나는지 그때 무엇이 심리적 안전감을 떨어뜨리는지 구성원 입장에서 경험해보았기 때문에 리더가 되어서도 감지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신규 입사자들이 많아지면, 즉, 낯선 사람들이 많아지면,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위축됩니다. 신규 입사자 역시 위축되어 있으니, 조직 전체가 위축될 수 밖에 없지요. 편하게 자기 의견을 말하기 어렵고, 의사표현의 자유가 억압된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하여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했어요.
예를 들어, 조직 문화를 유지하는 데 중요하게 생각하는 숫자 몇 개가 있어요. 신규 입사자, 즉, 수습 기간 중인 구성원의 비율이 10~15%를 넘지 않도록 유지하고 있고, 수습 평가를 통과한 정규직 직원의 퇴사율도 신경 써야 합니다. 법인 설립한 지 2년, 서비스 출시한 지 1년 반 정도 되었는데 5~6%를 넘지 않고 있어요. 10% 아래로 유지하려고 엄청 노력하고 있어요. ‘컬처 핏’이 맞는 사람만 뽑아야 하니까요. 1,2차로 구성된 정규직 2차 인터뷰엔 제가 무조건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30명에서 50명으로 조직이 커질 때는 위계(hierarchy)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많은 스타트업들이 수평적이라서, 위계가 없다고 하죠. 그럼 스케일업이 어려워요. 그 다음에 50명에서 100명으로 늘어날 때는 컬처가 무너지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3.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은 부분을 개선할 때, 리더와 구성원 사이 강력한 신뢰가 생긴다
“라포랩스에서 함께 일하고 싶은 구성원은 ‘일 잘 하는데 따뜻한 사람’이라고 정의합니다. 일만 잘 하는 게 아니라, 함께 일하면 즐겁고 성과를 내면서도 겸손한 사람입니다. 한 마디로 하면 ‘팀 플레이어’인데요. 팀 플레이어는 기본적으로 함께 일하는 동료의 감정과 동기 부여에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어요.
동료 피드백을 통해 ‘팀 플레이’를 독려해요. 동료 피드백은 6개월마다 동료 리뷰와 3개월마다 리더 리뷰, 이렇게 두 가지입니다. 입사한 지 6개월 후부터 반년에 한번씩 동료 피드백을 받아요. 질문은 3개인데, 이중 마지막 질문이 ‘이 동료와 향후 6개월 동안 계속 함께 일하고 싶은가?’입니다. 1~5점 척도이고, 여기서 5점을 받는 것이 중요해요. 이 동료와 계속 함께 일하고 싶은지, 답변하기 엄청 어려운 질문이죠.
한편 팀 리더는 3개월마다 팀원들에게 리더 리뷰(상향 리뷰)를 받고, 마지막 질문은 동료 리뷰와 마찬가지로 ‘이 리더와 함께 앞으로 3개월 더 일하고 싶은가”입니다. 역시 1~5점 척도이고, 평균이 2점보다 낮으면 리더 자리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터프한 정책을 갖고 있습니다.”
“3개월마다 리뷰를 진행하는데, 특히 부정적인 리뷰에 대해 3개월 동안 개선이 있으면 리더와 구성원 사이 강력한 신뢰가 생깁니다. 리뷰 기간이 아니라도 구성원들이 저에게 피드백을 많이 줍니다. 예를 들어, 채용 결정의 마지막 단계인 2차 인터뷰에서 저의 태도에 대해 피플팀과 채용팀에서 피드백을 주었고, 이에 대해 이번 분기 내에 고치겠다는 약속을 했어요. 그 피드백을 받고 다음 2차 인터뷰부터는 HR 담당자 한 명이 무조건 동석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바뀌고 있는지’ 피드백을 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리고 그 피드백을 전사에 공유하도록 했고요.
결국 모든 것이 다 lead by example(솔선수범)이지요. 대표가 자신이 받은 피드백을 전사에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은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하는지, 그 ‘액션’ 자체가 컬처가 됩니다. 이게 제일 중요합니다. 리더가 죄송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엄청 중요해요.”
“2차 인터뷰라서 제가 요청했어요. 다른 피드백에 대해선 제가 얼마나 개선되었는지를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채용 인터뷰는 인터뷰이가 회사에 입사하지 않으면 개선되었는지, 아닌지를 회사 내부 사람들이 알 수가 없으니까요.”
“일단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 낮은 점수를 받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지요. 다른 불이익을 줄 필요가 있을지엔 의문이 있어요. 리더 리뷰의 경우엔 평균 2점보다 높은 점수를 받아 리더 자리를 유지하더라도 팀원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대면으로 자신이 받은 리뷰에 대해서 피드백을 해야 해요. 예를 들어 ‘이런 결정은 비합리적이었다’는 리뷰를 받았으면 이에 대해 사과하고 다음엔 어떻게 의사결정을 하겠다는 개선책까지 내놓아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3개월에 한번씩 계속 거치게 되죠. 저도 예외는 아니고요. 10명 정도의 팀장이 저에게 리뷰를 줍니다.
동료 리뷰 결과도 대면은 아니라도 공유합니다. 어떤 리뷰를 받았는지를 자신이 소화한 대로 공유하고, 어떻게 개선하겠다까지 주로 문서(아래 이미지 참조)를 만들어서 슬랙을 통해 공유하고 있어요. 구성원 만족도가 꽤 높아요. 처음엔 엄청 두려워하는데, 처음에만 그렇고 모두가 이렇게 공유하는 것이 문화로 자리 잡혀 있으니까 자신의 차례가 되면 공유하고 개선도 해야겠다고 생각하더라고요.”
라포랩스 구성원들은 6개월에 한번씩 동료 리뷰를 받고, 받은 피드백에 대해 자신이 소화한 내용을 별도 문서로 만들어서 전사에 공유하고 있습니다. 해당 문서 커버 이미지 캡처. 라포랩스 제공.
“팀 플레이어와 함께 하고 싶다는 점이 같고, 스포츠는 종료 시각이 있지만 비즈니스는 종료 시각이 없어서 동료와 계속 함께 뛰어야 한다는 점이 다르지요.”
4. 수평적 조직이 하고 싶은 일을 다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이런 고민을 계속 하는 거에요. ‘어떤 구성원이 갑자기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하자고 하면 하지 말라고 할 수 있을까? 수직적인 것 같은데. 도대체 수직적인 조직과 수평적인 조직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거지?’ 몇날 며칠을 고민해요. 수평적인 건 이런 것이라고 명확하게 구성원들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수평적인 조직 문화가 구축될 수 있는 것이지, 이런 공통의 이해 없이 인사팀에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만들어오라고 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거든요.
컬처 세션을 매주 하고 있어요. 앞서 설명한 ‘팀 플레이어’는 ‘어떤 사람인가’가 주제가 될 수도 있고, ‘수평적 조직’은 무엇인가, 자유란 무엇인가, 어떤 피드백이 좋은 피드백인가 등등에 대해 저나 홍주영 대표가 설명하고, 구성원들의 질문을 받는 컬처 세션을 가져요. 매주 전사가 모이는 올핸즈 미팅에서 발표 15분, Q&A 15분씩 진행합니다.
라포랩스에선 매주 전사가 모이는 올핸즈 미팅에서 컬처세션을 진행합니다. CEO의 발표 15분, Q&A 15분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라포랩스 제공.
“수평적 조직은 정립하기 엄청 어려운 개념인데요. 예를 들어볼게요. 어떤 신규 입사자가 입사하자마자 갑자기 홈페이지에 이 기능을 넣자, 유튜버 A를 좋아하는데 이 사람이랑 콜라보하자고 한다면 못하게 할 수 있을까요? 왜 못 하게 하냐는 반발이 나올 수 있죠. “수평적 조직이라고 하고선 하고 싶은 거 못 하게 하고 군대네. 위에서 시키는 것만 해야 하네.”라고 불만을 갖는다면, 어떻게 논리적으로 이해시키고 설득시킬 수 있을까요.
수평적 조직을 설명하기 위해선 크게 두 가지 종류의 자유에 대해서 설명해야 합니다. 의사표현의 자유와 의사결정의 자유. 의사표현의 자유는 대표가 무엇을 하자고 했을 때, 인턴이라도 이러이러한 이유로 A보다 B가 낫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하지요. 심리적 안전감이 중요합니다. 결과적으로 틀렸더라도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하죠. 그런데 심리적 안전감은 고용 안정감과는 달라요.”
“예시 하나만 들면 되는데요. 공무원은 고용 안정감은 높은데, 심리적 안전감은 낮죠. 과장이 의견을 냈을 때 9급 공무원이 자기 의견은 다르다고 말하기 어렵죠. 심리적 안전감을 강조하면, 고용 안정을 먼저 보장해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하는데, 완전히 다른 개념입니다.”
“의사결정의 자유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도 고민했었는데, 저는 축구로 설명합니다. 축구에도 골키퍼 수비수 공격수와 같이 각자의 역할이 있는데, 골키퍼가 갑자기 ‘우린 수평적인 문화를 갖고 있으니까 나도 공격할래’라며 골대를 비우고 나올 수는 없지요. 그렇다면 ‘골키퍼는 왜 골키퍼인지’란 질문이 나올 수 있는데요, 팀에 들어올 때 골키퍼로 들어왔기 때문이죠. 결국 어떤 회사에 들어올 때 역할과 책임(Role & Responsibility)에 따라 들어오죠. 그러니까 그 R&R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맡게 됩니다.
‘그럼 군대랑 똑같은 것 아니냐’는 의문이 생깁니다. 마케터는 마케팅만 한다면, 군대에서도 소총수는 총만 쏘고 포병은 포만 쏘는데 결국 같은 것 아니냐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지요. 그럼, 군대와 스타트업은 어떻게 다르냐면, 두 가지가 다른데요. 하나는 당신의 역할이 30분 후에 강남역까지 가는 거면 스타트업에선 기어가든 따릉이를 타고 가든 택시를 타고 가든 상관 없어요. 주어진 역할이 강남역에 30분 후에 가는 거면, 30분 후에 강남역에 있으면 되죠. 반면 군대는 한꺼번에 모여서 줄도 맞추고 팔의 각도도 맞추고 루트도 다 정해져 있죠. 이게 군대죠.
수평적인 문화에선 앞서 설명했듯이 ‘R&R 안에서’ 자유를 가질 수 있어야 하고, 또 주어진 권한 안에선 대표나 리더도 그 자유를 침범할 수 없도록 해야 합니다. 두 번째가 핵심인데, 많이들 헷갈려 하죠. 대부분의 회사에서 대표는 다 침범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가령 마케팅 담당자가 페이스북 광고를 집행하고 있는데 대표라고 해서 페이스북 광고 끄고 인스타그램 광고를 하라고 해선 안된다는 의미예요. 이렇게 못 하게 해야 합니다. 대표라도 담당자를 설득해야 합니다. 왜 페이스북이 아니라, 인스타그램에 광고를 집행해야 하는지를. 다시 말해, 수평적 문화에선 각자가 담당하고 있는 일에 대해선 각자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5. 1:1 미팅을 통해 구성원의 동기를 파악한다
“리더가 잘 들어야 합니다. ‘헛소리를 해도 괜찮다’는 경험이 쌓여서 문화가 되죠. 그리고 1:1로 물어보면 됩니다. 신규 입사자와 매달 1:1을 하는데, 그때 물어봅니다. 의견을 말하는 데 주저했던 경험이 있는지.
1:1이 저희 문화의 핵심입니다. 리더가 구성원들과 주기적으로 30분 이상 대화를 나누도록 만들어야 해요, 의무적으로. 처음엔 1:1을 건너뛰는 팀장도 있었는데, 그럼 엄청 질타를 했죠. 1:1을 왜 그렇게 하냐고. 팀장이 그렇게 하면 팀원들이 어떻게 심리적 안전감을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겠냐고. 팀원의 걱정이 무엇인지 아냐고. 왜 안 물어보냐고.”
“팀장급과는 매주 1:1을 합니다. 이것으로 꽤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죠. 따로 평가를 할 필요가 없어요. 이 사람이 지난주에 무엇을 했고, 이번주에 무엇을 할 예정이고, 다음주에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를 계속 파악할 수 있으니 성과를 수시로 관리할 수 있고 동기가 떨어지진 않았는지 심적으로 힘든 일은 없는지 등 컨디션도 계속 체크할 수 있으니까요. 구성원도 업무 중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 대해서 바로 얘기할 수 있어요.
저는 하루에 거의 5시간을 1:1에 쓰고 있어요. 10여명의 팀장들뿐 아니라, 누구든 대표에게 1:1을 신청할 수 있고 신규 입사자는 한 달에 한 번씩 의무적으로 저와 1:1을 합니다.”
“1:1에서 제가 가지고 있는 철학은 상대방이 대화의 8할을 저는 2할만 차지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1:1이 아니라 업무 지시(direction)를 하는 시간이 되기 때문에 이걸 지키는 게 엄청 중요해요.”
“어젠다를 그렇게 잡아야 합니다. 리더들은 1:1을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저는 항상 팀장들과 1:1 하기 전에 그날 물어볼 어젠다를 세팅합니다. 상대가 말을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질문을 많이 하는 게 중요하죠. 여기에 하루 두 시간 정도를 씁니다.”
“그렇진 않아요. 상대방이 말을 더 많이 하도록 대화하는 것을 많이들 어려워 하는데요. 예를 들어, 마케팅 팀장이 팀원과 1:1을 하는데 광고를 페이스북이 아니라 인스타그램에서 집행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면 보통의 팀장들은 ‘광고, 페이스북 말고 인스타에서 하시죠.’ 이렇게 말하죠. 그런데 이렇게 하지 말고 ‘요즘 페이스북 광고 어때요?’라는 질문으로 대화를 시작하는 겁니다. 그럼, ‘안 좋다’고 하겠죠. 그럼 ‘왜 안 좋아요?’라고 묻고, 그럼 이유를 막 얘기하겠죠. 그럼 ‘어떻게 이걸 해결하려고 해요?’라고 물어요. 그런데 담당자의 입에서 ‘인스타그램 광고를 해볼게요’라는 답이 안나와요. 그래도 기다려야 합니다. 다음 질문으로 ‘혹시 채널을 좀 바꿔보면 어때요?’라고 물어요. 그럼 “어, 그럴까요?”라는 대답까지 이어질 수 있죠. 그러면 ‘본인이 봤을 때 페이스북 말고 어떤 채널이 좋은 것 같아요?’라고 물으면 ‘인스타그램 괜찮을 것 같아요.’란 답이 나올 수 있어요. 그럼 ‘저도 동의해요. 인스타그램 해보시죠.’라고 대화를 나누는 거예요.
리더가 이런 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구성원의 동기 부여에 엄청 중요합니다. 결국 이 대화에서 핵심은 인스타그램에서 광고를 하게 만드는 것이 리더의 목적이지만, 그 결정이 마치 구성원 자신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인스타그램 광고, 내가 하기로 한 거지, 잘 해야겠다!’라고 느끼도록 하는 과정과 화법이 굉장히 중요하죠.”
“1:1로 동기를 부여하고, 더 근본적으로는 동기를 부여할 필요가 없는 사람만 뽑습니다.”
“인생을 봐야 합니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간단한 질문으로 알아볼 수 있는데요. 꿈이 뭐냐. 이 질문이면 다 해결되는 것 같아요. 이 일을 왜 하냐. 당신에게 일은 어떤 의미냐. 꿈이 뭐냐는 질문이면 거의 파악할 수 있지 않나요.”
“어떤 대답을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얼마나 바로 대답하느냐가 중요합니다. 평소에 일의 의미, 꿈에 대해 얼마나 깊이 고민하는지, 왜 사는지 인생관이 얼마나 바로 서있는지가 중요합니다. 꿈이 무엇이든 상관 없어요. 어떤 꿈이든 다 소중해요. 다만 꿈을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합니다.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동기 부여가 엄청 잘 돼 있어요. 평생 달성해야 할 꿈이 있기 때문이죠.”
“당연히 위대한 회사를 만드는 것입니다.”
6. 목표와 평가보상은 분리해야 한다
“전사 목표만 있고, 개인별 목표는 없어요. 3개월에 한 번씩 OKR(목표와 핵심결과)을 설정하긴 하는데 전사·팀 OKR만 있고 개인 OKR은 없는 거죠. 1:1을 하면서 목표가 저절로 생겨요. 마케팅 어때요? 이런 부분이 어렵다. 어떻게 해결할까요? 이렇게 해결할게요. 그럼 다음주엔 어디까지 해볼 수 있을까요? 여기까지 해볼 수 있어요. 그럼 다음주에 여기까지 하는 것이 목표가 되는 것이죠. 이렇게 대화가 오가면서 자연스럽게 목표가 설정됩니다.”
“분기 시작하는 첫 주에 ‘얼라인먼트 데이’를 열어요. 전사 OKR은 대표들이, 팀별 OKR은 팀장들이 회고합니다. 다만 목표를 평가와는 완전히 분리합니다. 1:1을 통해 피드백을 상시적으로 주고받기 때문에 별도로 평가를 할 필요가 없어요. 이 사람이 지난 주에 무엇을 하기로 했고, 하기로 한 것을 해냈는지, 다음주에 무엇을 하기로 했는지 직속 매니저가 다 알고 있으니, 상시 평가인 거죠. 1:1을 계속 하면. 다시 말해, 하기로 한 것을 했는지와 하기로 한 것의 퀄리티가 어떤지를 바로바로 알 수 있어요.”
“개인 목표를 설정한다면 평가와 연동하지 않는 것이 엄청 중요합니다. ‘모든 회사가 구성원들에게 높은 목표를 설정하라고 하는데, 왜 대기업 직원들은 연말마다 목표를 낮추려고 노력할까’가 핵심 질문(key question)이에요. 이것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의 결과라는 점을 이해해야 하죠. 중간고사에서 60점을 맞았다고 가정해볼게요. 선생님께 저 기말고사에선 90점 맞을게요! 라고 다짐하고는 실제로는 80점을 맞는 거죠. 그럼 저의 성과평가 결과로 C등급을 받게 되고, 연봉 인상률은 1%에 머물게 되겠죠. 그런데 60점을 맞고 다음에 70점을 맞겠다고 하고 80점을 맞으면? S등급을 받게 되는 거죠. 그러니까 이런 상황을 한두번 경험한 직장인들은 누구나 연말에 ‘이래서 힘들고요, 그래서 못하고요, 그래서 목표는 이렇습니다.’라고 할 수 밖에 없는 거죠.”
“전사 OKR의 오너는 CEO입니다. 거래액 지표 하나로 세워요. 이 전사 OKR에 맞춰서 팀장들이 팀별 OKR을 짜게 됩니다. 전사 OKR을 달성하기 위해 팀별로 도달해야 하는 목표를 정하게 되는 거죠.”
“팀별로 알아서 설정해요. 팀 미팅도 매주 있고, 1:1도 매주 하니까. 커뮤니케이션 빈도가 높기 때문에 따로 다른 제도를 만들 필요가 없어요. 기본적으로 라포랩스에선 사람과 사람 간 깊은 커뮤니케이션을 자주 나눕니다. 팀원 간 1:1 미팅도 제도화하려고 해요. 지금 베타 테스트를 하고 있는데, 꽤 만족도가 높은 것 같아요.”
“문샷 싱킹(10%의 개선이 아닌 10배의 혁신에 도전하는 구글의 급진적 업무 방식)을 위해서죠.”
7. 보상과 복지는 동기를 떨어뜨리지 않는 수준으로 제공한다
“무조건 업계 톱으로 보상해야 합니다. 구성원으로 하여금 이런 생각이 들게 하면 되는데요. 다른 데 가도 여기랑 몇백만원 정도 차인데, 그럴 바엔 그냥 다니자는 생각. 그 정도의 연봉 차이로 이직하는 사람은 잘 없어요. 연봉 차이 때문에 이직할 마음을 가지지 않을 만큼의 수준을 제시하면 됩니다.”
“넷플릭스 방식처럼 오퍼 레터를 받아오라고 하면 됩니다. 저희는 한 해에 한 번 정해놓고 연봉 협상을 하지 않아요. 대신 ‘보상 커미티’를 매달 합니다. 연봉 수준에 불만이 있으면 본인이 직접 커미티에 연봉 인상 요구를 할 수도 있고, 직속 리더가 대신 할 수도 있어요. 해당 직무의 리더들이 모여서 이렇게 논의하게 되죠. 당사자인 구성원 본인이 무엇을 잘했고 어느 정도의 인상을 원하는지를 이야기하게 하고 본인은 자리를 떠나고 나서 그 자리에서 저만한 인력을 외부에서 다시 채용하려면 어느 정도 수준의 보상을 해야 하는지 이야기 합니다. 그 다음 연봉을 올려줄지 말지를 결정합니다. 안 올려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인상을 안 하면 결국 퇴사로 이어질 수 있죠. 자연스럽게 ‘키퍼 테스트(누가 회사를 나간다고 하면 붙잡고 싶은지의 테스트)’가 되는 셈입니다. 도입할 때는 한국에선 어려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잘 작동하네요.
오히려 이렇게 보상 커미티를 운영하면서 보상에 대한 불만이 많이 줄었어요. 보상에 불만이 있을때 언제든 요구하면 검토하는 창구가 있다는 것이 이 제도의 역할입니다. 구글도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구성원이 30명 이상이 되었을 때부터 도입하면 되는 것 같아요. 조직에 위계가 생길 때. 즉, 팀장-팀원으로 팀이 구성될 때부터. 지금 라포랩스엔 연차가 높아도 무조건 팀장입니다. CEO 외에 C레벨도 없어요. 상장사의 전무 출신이든, 20년차든 모두 팀장입니다. 의도적으로 단순하게 위계를 만들었어요. 100~150명 규모의 조직일 때는 이렇게 해도 되는 것 같고요. 그런데 150명을 넘어가면 2차 리더로 위계를 한 단계 더 추가해야 할 것도 같아요. 이를 테면 본부장급으로.”
“최소 4명에서 최대 8명으로 구성됩니다. 팀원이 8명을 넘어가면 팀장이 한 사람 한 사람과 1:1을 매주 할 수 없어요. 애자일 조직에서 스크럼 하나의 규모는 최대 8명, 진짜진짜 많아도 10명을 넘어가면 안 된다고들 하죠. 그렇게 운영하고 있어요.”
“복지나 금전적 보상으로는 절대 동기 부여가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갑자기 회사에서 성과급으로 50만원을 준다고 내일부터 열심히 일을 할까요? 절대 아닙니다. 똑같아요. 회사에서 갑자기 내일 쉬라며 복지라고 한다면 내일모레 업무에 복귀해서 더 열심히 일할까요? 아닙니다. 복지와 보상은 동기 부여에 직접적으로는 도움이 안돼요.
그럼 회사는 복지나 보상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demotivation(의욕상실)을 방지하는 수준을 제공하겠다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연봉이 많은 것으로 motivation(동기부여)이 안되지만 연봉이 적으면 동기가 엄청 떨어지죠. 또, 다른 회사는 제공하는 복지인데 우리 회사엔 없으면 동기가 엄청나게 떨어집니다. 그렇게 demotivation을 막는 장치로 복지 제도를 수립해야지, 복지로 motivation하려고 하면 거의 실패합니다.” (끝)
라포랩스는 레몬베이스 1:1 미팅, 리뷰 제품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최희민 라포랩스 공동 CEO는 “라포랩스는 수습 리뷰나 1:1 미팅 내용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레몬베이스를 쓰고 있다”며 “1:1 미팅보드의 메모 기능을 잘 활용하고 있다”고 마지막까지 1:1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1:1 미팅에 진심인 라포랩스에서 ‘초고속 성장’을 경험해보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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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소개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의 성과 관리]란 제목의 인터뷰는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기업의 CEO는 어떻게 성과 관리하고 있는지를 심층적으로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