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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가 전성기, 한명의 천재가 아닌 인재의 조직화가 성공의 충분조건

Updated
2021/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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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인재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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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민 칼럼] 인재경영의 기술 (1)

토머스 에디슨과 스티브 잡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미국인들로부터 존경 받는다? 빈 손으로 시작해서 제너럴일렉트릭(GE)과 애플이라는 세계 최고의 기업을 만들었으니, 그럴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말년에 머리숱이 많이 사라졌다? 같이 지내기가 피곤한 괴팍한 성격을 지녔다? 모두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들의 진짜 공통점은 외골수적인 성격이 빛을 발할 수 있는 엄청난 시대를 만났다는 점이다.
창업가들의 호시절, 그런 시대 국면이 가끔 왔었다. 몇 가지 조건이 갖춰지면 앞으로도 온다. 먼저, 과학자들의 실험실에서만 머물던 신기술이 산업의 영역으로 넘어오는 국면에 서 있어야 한다. 에디슨은 전기가, 잡스는 컴퓨터가 과학자의 실험실에서 시장으로 넘어오던 시점에 20대를 보냈다.
두 번째는 큰일을 도모하기 위해 필요한 거금을 과감하게 보태줄 전주들이 존재해야 한다. 돈이 어찌나 많은지 중앙은행 역할까지 자임했던 J.P.모건이 에디슨의 전주였다. 잡스에겐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기술 기업들과 갓 태동한 벤처캐피탈들이 그 역할을 해주었다.
세 번째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이다. 에디슨은 앞서 가는 영국의 산업을 따라잡으려는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산업정책 덕을 쏠쏠히 봤다. 잡스는 실리콘밸리에 있는 NASA의 에임스연구센터, 컴퓨터 기술에서 소련에 지지 않으려는 미 국방부 연구개발조직인 DRRPA의 지원을 톡톡히 받았다. 잡스와 똑같은 행운을 누린 사람이 빌 게이츠다. 이 두 사람, 1955년생 동갑이다.
그런데 제 아무리 뛰어난 장수라도 최신형 갑옷과 첨단 장비로 무장한 수만의 대군을 단기필마(單騎匹馬)로 뚫어버리는 건 판타지 소설에서나 가능하다. 돈 되는 게 뻔히 보이는 데 그걸 쳐다만 보고 있는 대기업은 없다. 그런데도 대기업의 방어망이 뚫린다는 건, 단기필마가 아니라는 뜻이다. 창업가는 한 필의 말을 타고 홀연히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자금, 정부의 지원이란 필요한 때에 내리는 비, 급시우(及時雨)를 만나 대기업들이 촘촘히 방어하고 있던 시장의 빈틈을 파고 든다. 하지만 급시우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 기회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필요조건이란 말이다. 반면에 절대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는 요건은 시장의 빈틈을 공략할 수 있는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포착하는 것과 이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인재의 조직화다. 이것이 성공의 충분조건이다.
다시 말해, 스타트업이 대기업의 방어망을 뚫고 세상을 바꾸기 위한 마지막 조건은 그 혁신을 구현할 스마트한 인재의 조직화다. ‘인재가 함께 해야 한다’는 말이다. 에디슨은 전기에 나오는 어릴 적 일화처럼  달걀을 품고 끙끙거리듯 연구실에 틀어 박혀 살지 않았다. 그는  뉴욕 근처에 있는 멘로 파크에 연구소를 세우고, 당시에 정말 잘 나가는 분야별 전문가 25명을 고용했다. 에디슨은 그들을 고용해서 ‘조직화된 발명 프로세스’를 만든 거다. 요즘 다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니콜라 테슬라도, 우리가 잘 아는 헨리 포드도 그 연구소 출신이다. 잡스도 그렇다. 스티브 워즈니악이라는 걸출한 엔지니어가 곁에 있었을 뿐 아니라, ‘홈브루 컴퓨터 클럽’이란 컴퓨터 기술에 반쯤 미친 별난 인재집단의 도움도 컸다.
신기술의 산업화, 막강한 전주의 자금, 정부의 지원, 그리고 스마트한 인재의 조직화 이렇게 4개의 신호등에 모두 파란불이 들어와 직진을 허용하는 국면이 또 한번 있었다. 전기, 컴퓨터에 이어 인터넷이란 신기술이 연구실에서 산업으로 넘어오던 1990년대 중반이다. 이런 국면 전환을 눈치 챈 제프 베조스는 단 하루도 지체할 수 없었다. 잘 다니던 회사를 당장 때려치우고 인재와 자금이 풍부한 서부를 향해 차로 달린다. 짐은 이삿짐센터를 불러서 따로 보내놓고 말이다. 어찌나 마음이 급했는지 아내가 운전하고 있는 차 안에서 자기는 노트북을 펴고 사업계획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하기야 잠깐 열린 기회의 순간을 놓칠까 봐 명문대학까지 때려치운 친구들이 어디 한둘인가? 아마존 외에도 구글, 페이스북이 당시의 국면 전환을 제대로 포착한 결과들이다.
그런데 30년이 지난 지금! 그런 상황이 다시 왔다! 놀라운 행운이 아닌가? AI, IoT, 로봇, 바이오를 포함해서 연구실에서 굴러다니던 기술들이 5G까지 내달리고 있는 모바일이라는 연결 기술과 엮였다. 그리고 쓰나미처럼 산업의 영역으로 밀려들어오고 있다. 게다가 미국과 중국이 기술 패권다툼을 벌이면서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 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앞서 몇 번의 국면 전환에서 돈 벌 기회를 놓친 전주들이 어마어마한 자금을 장만해서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대기업 역시 이 대열에서 예외는 아니다.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인수해서 잠재적인 적을 없애버리거나 같은 식구가 될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이런 국면에서 기회를 포착한 인재들은 층층시하의 사무실을 박차고 나와 자신의 가능성에 속속 도전하고 있다. 필요조건들이 완벽하게 갖추어진 창업가들의 전성기가 펼쳐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기회에 눈뜬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충분조건까지 갖추어야 한다. 창업 후 2~3년차에 데스벨리를 경험한다고 하는데, 이 죽음의 계곡과 딱 맞딱뜨리는 시점이 리차드 데프트 반더빌트대 교수의 조직 수명주기 모형에서 ‘집단공동체 단계 전환기'에 나타나는 것이 우연은 아닐 것이다. 한때 유망하다는 평가를 받던 스타트업들도 창업 단계에서 집단공동체 단계로의 변신의 계곡을 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이 단계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이가 많지 않은 것 같다. 단기필마? 이는 환상에 불과하고 결국은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는 한계를 넘어 유능한 사람들의 힘을 모아야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데 말이다.
전영민 롯데벤처스 대표
전) 롯데인재개발원 원장(8년 재임)
전) 롯데그룹본부 인사팀(21년 재임)
경영학 박사
저서: <어떻게 일하며 성장할 것인가>, <왜 여성 인재인가>, <팀장 매뉴얼>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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