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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바의 숫자' 150명 이상 조직이 한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법

[전영민 칼럼] 인재경영의 기술 (2)

반드시 찾아온다, 사춘기적 번뇌 당신의 뇌에도 한계가 있다

여기저기서 스타트업이 쏟아지니까 창업이 쉬운 줄 알고, 정책과 제도만 조금 손보면 창업대국을 완성할 수 있겠다고 착각하시는 분이 많은데, 사실 창업이라는 게 만만하게 볼 만한 장난은 결코 아니다. 창업자 입장에선 인생 전체를 건 승부다. ‘내가 찾아낸 아이디어로 세상을 확 바꿀 수 있겠다’는 빛나는 비전의 뒷면에는 ‘까딱 잘못하면 쫄딱 망해 패가망신할 수도 있다’는 공포가 똑같은 분량만큼 존재한다. 그래서 다들 모험(벤처)이라고 하는 거다.
그래서일까? 재고, 또 재고, 또 한 번 재어본 후 드디어 창업을 하겠다고 나설 때에는 철저한 시뮬레이션 끝에 작성된 시나리오가 창업자의 머릿속에 빼곡히 들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어쩌겠나. “링 위에 올려가서 한 대 얻어터지기 전에는 누구나 계획이라는 걸 가지고 있다”라는 마이크 타이슨의 말은 이 순간에 딱 맞는 명언이니. 아마 타이슨도 반복적으로 얻어터지면서 이 놀라운 진리를 자연스럽게 깨달았을 거다. 그래서 피봇(pivot)이라는 훌륭한 단어가 존재한다. 그렇게 여러 번의 좌회전, 우회전, 가끔은 유턴을 반복하면서 다듬어진 비즈니스가 성공가도에 들어섰다 싶은 순간, 아뿔사!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다는 ‘스타트업의 사춘기’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창업자의 머리 안에 들어있는 시나리오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번뇌가 들어선다. ‘사람 참, 내 마음 같지 않다.’
창업단계에서는 조직의 설립자가 경영자이자 대주주이다. 그렇게 전권을 쥐고 있는데다, 머릿속에는 매끈하게 다듬은 시나리오까지 떡 하니 존재한다. 물론 그 시나리오가 끝내준다는 건 창업자의 생각일 뿐이지만 말이다. 그래서 창업자는 초기에 북치고 장구치고 혼자 다한다. 다행히 그때는 창의적인 단일 제품이나 단일  서비스의 생산과 마케팅 활동에 전력을 기울이기 마련이니, 그리 복잡할 것도 없다. 그렇게 앞으로 전력질주! 단순하고 명쾌하게 창업자를 중심으로 매우 비공식적인 방식으로 조직이 운영된다. 정해진 원칙도 규정도 없다. 그때그때 판단하고 실행한다. 그러니 거칠 것이 없는 완전히 유연함 그 자체다. 보상이나 지시와 피드백 등 모든 걸 창업자가 직접 결정하고, 모든 것을 비공식적으로 움직인다. 즉흥적이고 빠르다! 정말 빠르다! 이걸 아마 어질리티(agility, 기민성)라고 하면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대기업’이란 작자들의 경직된(?) 시스템이나 제도 따위는 필요 없다. 창업자의 눈에 조직이 한번에 딱 들어오니까 가능한 거다. 아직 모든 게 단순하니까. 그러다가 턱에 어퍼컷 한 대가 세게 날아온다. 타이슨의 명언처럼 링 아래에서 세워두었던 계획이란 게 사정 없이 휘청거린다. 사람이란 게 내 마음 같지 않아서 생기는 일이다. 나는 안 그럴 거라고? 우리 회사는 다를 거라고? 지당한 말씀이다! 턱에 강렬한 한방이 작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처음에는 빛나는 아이디어로 주변 사람을 끌어들인다. 그 턱도 없는 꿈과 비전에 공감해서 합류하는 사람들이니, 오죽 죽이 잘 맞겠는가? 유비를 정점으로 장비, 관우가 했던 도원결의 수준일 거다. 촌 동네 한량이 중원 땅을 먹겠다는 허황된 꿈에 동조한 동지들이니 눈빛만 봐도 서로 알 수 밖에 없다. 문제가 발생하면 모두가 마주 앉아서 해결책을 탐색한다. 하지만 손대기조차 어려운 문제가 서서히 수면 위로 고개를 내민다. 세 명의 손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일이 커지는 순간에 말이다. 인간의 뇌에는 한계라는 게 분명하기 때문에 그렇다.
직원의 숫자가 늘어나는 속도에 맞춰서 의사결정과 실행의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한다. 아직은 모든 걸 창업자에게 물어봐야 하기 때문이다. 창업자의 뇌를 증폭기에 넣어서 뻥튀기하지 않는 이상, 의사결정의 양이 늘어나는 속도에 비례해서 의사결정의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쯤 되면 직원들에게서 불만이 슬슬 나오기 시작하기 마련이다. 지금까지 잘 통했던 중앙집권화된 통제방식이나 관리 방식에 대해 불만을 품게 된다. 하나둘씩 이 길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들은 유비, 관우, 장비가 아니기 때문이다.

‘던바의 숫자' 150명을 넘어선 조직의 관리

영국에 로빈 던바(Robin Dunbar)라는 훌륭한 인류학자가 있다. 오죽 훌륭했으면 이 분의 이름을 딴 ’던바의 숫자’라는 개념까지 있다. 그게 150이다. 진정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회적 관계를 가질 수 있는 최대한의 숫자가 150이라는 말이다. 상한선의 개념이니 그 이상은 꿈도 꾸지 말라는 말이다. 조직이론의 관점으로 보면 150명이 넘어가면? 감으로는 관리 자체가 안 된다는 말이다.
그래서 인원을 나눠서 공식적인 조직을 만들고 팀장이나 부문장 같은 사람을 임명해서 책임과 권한을 명확하게 해야 비로소 관리란 게 되기 시작한다. 그게 안되면? ‘당나라 군대’로 직행하게 되는 거다. 우리는 아니라고? 석기 시대에도, 청동기 시대에도, 철기 시대에 늘 그랬다. 인간의 본성 때문이니 앞으로도 쭉 그럴 거다. 그래서 고대 로마 군대의 기본 편제가 100명이었다. 그런데 문명과 장비가 많이 발전했다고 해도 인간의 뇌는 그만큼 발달하지 못했나 보다. 현대 군대에서 중대의 편제가 120명 내외인 걸 보면 말이다.
그려면 규모가 150명을 넘어가면 비로소 문제가 생기는 걸까? 사실 훨씬 이전 단계에서 이미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는데 이게 마지노선이라는 의미다. 인간의 뇌는 150명까지는 얼굴만 딱 보고 이름이 뭐고, 직책이 뭐고, 성격이 어떻고까지 기억할 수 있다는 게 ‘던바의 숫자’라는 개념이다. 그 이상은? 불가능하다.
1만 시간의 법칙을 쓴 맬컴 글래드웰이 재미있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누군가가 죽었다는 연락이 왔을 때 당신이 망연자실해질 사람의 이름을 전부 적어보라고 했는데 대다수가 12명 정도를 적었다고 한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12명 정도를 ‘공감집단’이라는 개념으로 부른다. 그래서일까? 예수님은 제자를 딱 12명으로 제한하셨다. 그 이상을 넘어가면 적극적인 개입 노력 없이 공감을 나누기 어렵기 때문일 거다.
다시 로빈 던바로 돌아오면 150명의 지인 중에 15명까지는 가까운 친구라고 한다. 공감집단과 비슷한 개념이다. 물론 던바는 상한선을 말한 거다. 그리고 그 중에 5명 이하는 그야말로 ‘절친’이라고 한다. 눈빛만 봐도 마음을 알 수 있는 관계란 말이다. 그래서 도원결의처럼 ‘이상한’ 짓을 같이 도모하는 것은 5명 이하로 하라는 게 석학의 조언이다.
다시 한번 정리해보자. 창업을 하고 일손이 부족해서 사람을 뽑기 시작하면서 구성원이 5명을 넘어가면 눈빛만 봐도 마음을 알 수 있는 단계는 벗어나게 된다. 구체적으로, 아니 노골적으로 말을 해줘야 한다. 제프 베조스의 논리에 따르면 피자 두 판으로 점심 때우다가는 싸움이 날 수도 있다는 말이다. 12명을 넘어가면? 그나마 있던 공감마저도 희미해지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인원이 150명을 넘어갈 정도로 조직의 규모가 커지면, 위기가 닥쳐온다. 그렇게 성장에 따라 당나라군대가 될 가능성이 급격하게 높아지는 거다. 이게 다 뇌의 관리 능력 한계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그러니 그 허들을 넘을 때마다 우리는 창업 시점에 일하던 방식에서 조금씩 변화를 줘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기업의 성장에 따라 겪게 되는 이런 문제를 가지고 평생 절치부심하신 분들이 계시니, 퀸(Quinn)과 카메론(Cameron) 교수다.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을 억지로 어렵게 설명하는 신묘한 재주를 가지신 분들을 우리는 교수라고 부른다. 이런 신묘한 재주를 가지신 두 분이 만들어낸 게 ‘조직의 수명 주기 모형’이란 거다. 아래 그림에 나오는 모형이다.
그림에 답이 딱 나온다. 창업을 한 이후에는 유비, 관우, 장비가 합심해서 창의성 하나만으로 치고 나간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 창의성 하나만으로 해결이 안 되는 사춘기를 맞이하게 되고, 조직은 추가적인 성장을 하지 못하고 정체에 빠지게 된다.
이 두 분은 이때 리더십이 필요하게 된다고 말씀하신다. 리더십? 누구나 단어는 알지만 구체적으로 그게 뭔지 모르는, 참으로 심오한 개념이다. 그냥 이제는 눈빛만으로 이심전심이 안되니 창업자가 나서서 우리 회사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고, 어떤 방법으로 그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지겹도록 떠들어대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늘어나버린 직원들이 창업자가 제시한 방향에 맞춰 행동할 거라는 말이다. 이제 지난 세기의 인물이 된 제너럴일렉트릭(GE)의 잭 윌치는 그런 걸 600번쯤 말하니까 조금씩 알아듣더라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고 단순히 여러 번 말하기만 하면 통할까? 적당한 수준의 쇼맨십이 꼭,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는 그냥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우주에 스크래치(흔적)를 남기기 위해 일한다는 스티브 잡스, 세상의 모든 정보를 단 한번의 클릭으로 접근할 수 있게 만들자는 구글의 비전이 이런 목적으로 만들어낸 거다. 페이스북? 사람을 연결하고 전 세계의 문제를 발견하고 공유하고 표현하게 만들자! 뭐 이런 식이다. 우리가 뭘 하려는 건지 명확하게 방향을 설정하고 제시하는 거다. 이제 좌회전, 우회전의 피봇을 마쳐서 방향성이 대충 정리되었으니 적극적으로 제시할 때도 된 거다.
당신이 꿈꾸는 변화를 이렇게 아름다운 문장으로 설파하는 재주? 이것 역시 갖추기가 참으로 쉽지 않다. 그래서 스티브 잡스는 애플이 기술과 리버럴아트(liberal arts)의 교차점에 서 있다고 한 것이다. 리버럴아트(liberal arts), 말 그대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기술이다. 고대 아테네의 자유시민이 노예와 다르게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기본자격, 교양이라는 말이다. 여러 요건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올바른 질문을 던질 줄 아는 능력이다. 그런 질문을 통해 우리가 정말 제대로 된 방향을 설정하고 있는가를 확인해야 한다.
창업단계에서 집단공동체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방법 1. 회사의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지속적으로 설파한다. 2. 회사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한다. 3. 올바른 질문을 던져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계속 확인한다.
어리석은 창업자들은 그렇게 말한다. 그냥 딱 보면 우리가 무슨 일을 하려는 건지 알아야 하지 않아? 꼭 된장인지 X인지 맛봐야 아나? 하지만 당신이 직접 만든 아이디어, 아니 직접 담근 된장이니 맛 안 봐도 알겠지만 월급 받으러 나온 남들에겐 결코 아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건 도원결의를 한 사이에서나 딱 봐서 딱 알 수 있는 것이다. 창의성 하나만으로 시작한 창업자의 입장에선 이런 게 정말 피곤하고 어처구니 없겠지만 창업과 수성은 분명히 다르다. 명확한 방향을 설정하고 제시하는 것! 이것이 바로 ‘첫 번째 사춘기’를 극복하는 방법이다. 이게 싫다면, 150명 이하의 스타트업으로 계속 머물러야 할지도.
전영민 롯데벤처스 대표
전) 롯데인재개발원 원장(8년 재임)
전) 롯데그룹본부 인사팀(21년 재임)
경영학 박사
저서: <어떻게 일하며 성장할 것인가>, <왜 여성 인재인가>, <팀장 매뉴얼>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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