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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이 경력관리가 된 ‘대퇴사시대'

Updated
2022/03/04
Tag
전문가 칼럼
인재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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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쁜 하이커를 위한 세 줄 요약
이직의 흔적이 곧 경력이자 역량이 되는 ‘대퇴사시대’가 도래한 듯합니다. 더불어 퇴사율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고, 고용시장의 공급도 저출생의 여파로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이면서 인재 잡기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듯합니다.
최근의 퇴사 이유 1순위는 ‘보상에서의 공정성에 대한 불만’입니다. 경영자는 평가와 보상에 있어서는 철저하게 을의 입장에 서서 구성원을 배려하고 다양한 보상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2순위는 ‘더 나은 커리어를 위해서’이고, ‘열악한 근무환경’도 주 요인입니다. 경영자는 ‘더 나은 커리어’를 쌓을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비전을 제시하거나, 퇴사자의 다음을 응원함으로써 회사(출신 인재)의 영향력을 곳곳에 퍼뜨리는 등의 전략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전영민 칼럼] 인재경영의 기술 (3)

“강호의 의리는 어디로 가버리고… 정말 미래세대에겐 돈이 전부일까?” 인재관리도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번엔 창업자에게 갑자기 닥쳐올 수밖에 없는 시급한 위기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얼마 전 만난 스타트업 창업자가 “강호의 의리 따위는 사라지고 돈이 승부의 가장 강력한 판관이 되었다”고 장탄식을 했다. 직원들이 계속 떠난다는 고민이었다. 속으로 ‘아직 본게임은 시작도 안 했는데 엄살은?’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평균근속기간이 2년이 채 안 된다는 구글, 그 구글을 우습게 만드는 아마존. 아마존의 평균근속기간은 1년 내외라고 한다.
우리와는 상관없는 먼 나라의 이야기로만 생각되었는데, 우리도 좀 달라지는 것 같다. 더 좋은 조건을 찾아 떠난다는 퇴사자의 감정은 2분의 1(½)쯤의 통쾌함과 4분의 1(¼)쯤의 불안함, 그리고 소량의 미안함으로 구성된 화합물이기 마련인데, 이제는 유튜브에 퇴사 소회를 올린다고 한다. 그런 영상이 5000여개, 인스타그램에는 무려 31만건의 관련 게시물이 올라왔다고 한다. 이제 이직은 미안함이 아니라 자랑거리라도 된 것일까? 이제 자신의 레쥬메(이력서)에 이름깨나 알려진 회사들의 명단이 있으면 본인이 가진 역량의 가치도 올라가는 시대가 열린 것 같다.
이렇게 젊은 친구들의 가치관이 바뀌는 게 못마땅한 ‘꼰대’ 창업자들은 가치관의 변화를 싹수가 없다고 폄하한다. 그런데 그게 과연 싹수의 문제일까? 뭐 그렇게 허공에 대놓고 비난을 해봤자, 본인의 꼰대성만 짙게 재확인될 뿐이다. 혹자는 자본주의 사회의 본성이 그러한데, 드디어 강호의 명분이 사라지고 그 본성이 드러난 거라고 해석을 내린다. 허나 내가 보기엔 자본주의라기보다는 인간의 본성이 그러한 거다.
많은 취준생들이 여전히 정규직을 찾고 있지만 정규직이 인간사회에 등장한 것은 극히 최근의 현상이다. 하기야 비슷한 개념이 수천년 동안 존재하기는 했다. 일단 평생 고용을 기본으로 해주고, 식사를 제공해주고, 아프면 적당한 수준의 치료도 해주었다. 심지어 사택까지 제공하는 풀 패키지 서비스를 제공했다지 아마? 하지만 거기엔 이직의 자유는 없었다. 그런 오래된 제도를 우리는 노예라고 불렀다. 그렇게 보면 자유롭게 창업을 할 수 있는 여건처럼 자유로운 이직의 기회도 세상이 좋아지면서 우리에게 주어진 선물로 봐야 하겠다.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 지구의 모든 지역까지 퍼져 나간 호모사피엔스의 이주 본능이란 게 원초적이니 당연히 이직의 경향도 빠르게 확대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이직이 증가한다? 이는 곧 인간이 누리는 자유도가 증가하는 현상으로 봐야 한다.
채용플랫폼 ‘사람인'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엄혹한 코로나 시국의 퇴사율이 13.9%(2020년)에서 15.7%(2021년)로 증가했다고 한다. 이제 코로나의 엄동설한이 서서히 끝나고 봄이 오면 이직의 꽃망울이 팍팍 터질 거다. 여기저기서 가능성 높은 스타트업들이 얼어붙은 지층을 뚫고 싹을 틔우고 있었고, 봄 햇살을 맞아서 그 싹들이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면? 당연히 인재를 붙잡는 문제가 심각해지겠지. 하지만 시작일 뿐이다. 봄 다음에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여름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말이다. 지금 노동시장에 나오고 있는 1997년생의 경우 동갑내기가 65만명 수준이다. 5년 전인 1992년생의 73만명에 비하면 8만명이나 줄었다. 좀 갑갑해지시는가? 그런데 다시 5년이 흐르면? 놀랍게도 2002년생이 44만명에 불과하니 무려 21만명이 줄어든다. 공급이 줄면 가격은 올라가는 법, 고용시장의 갑과 을이 빠르게 바뀌는 거다. 이제 겁이 좀 나시는가? 막강한 정부도 수요와 공급의 힘이 결정하는 시장을 이길 수는 없다. 노동시장도 분명히 시장이니 기업이 환골탈태하지 않는 이상 예정된 난국을 깨고 나갈 수 없다.

퇴사 사유 1. 연봉 인상(21.4%) + 평가 보상에 대한 불만(17.7%) = 39.1%

그래서 요즘 인재들의 이직 사유는 뭘까? 그걸 알아야 대책을 세워볼 수 있을 터다. 이유야 다양하지만, 정리를 해보면 1순위는 연봉 인상(21.4%)이고, 평가와 보상에 대한 불만(17.7%)이 뒤를 잇는다. 도합 39.1%다. ‘공정함에 대한 불편함’으로 요약할 수 있다. 내가 가진 능력과 노력에 비해 충분한 보상을 안 해준다는 불만을 가지고 그걸 해주는 곳으로 가는 거다. 하지만 이건 대체로 여러 가지 불만이 켜켜이 쌓인 끝에 이직 결심이 총구를 떠나도록 만드는 방아쇠 역할을 하는 거라고 봐야 한다. 기억력이 나쁜 인간들이 다른 불만은 다 까먹고 그 방아쇠만 기억하는 거다.
그런데 인사를 하는 사람이 반드시 알아야 할 진리가 하나 있다. 충분한 보상, 공정한 평가, 존경스러운 상사 따위는 실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말이다. 형용사+명사라는 구조로 병립할 수 없는 개념이다. 차라리 유니콘이 훨씬 흔하게 존재한다. 그런데 그런 기묘한 것이 존재할 거라고 착각하고 어떻게든 그걸 추구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문제다. 해법? 최대한 공정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유일한 해법이다. 공정성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일관되게 설명하는 말이 그렇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얼마를 주는가를 말하는 분배적 공정성에 목매지 말고, 그걸 결정하는 단계에 얼마나 공정하려고 애를 쓰는지를 말하는 절차적 공정성에 매달리라고.
이해가 어려운가? 평가와 보상에 관련해서는 고용주가 철저하게 을의 입장에 서라는 말이다. 직원들이 해주는 공헌에 충분히 보답해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하다는 마음의 자세를 가지라는 말이다. 월급 주는 입장에서 심정적으로 와닿지 않는가? 그렇다면 73만명에서 65만명, 다시 44만명으로 줄어드는 숫자를 재차 기억하라. 공급이 줄어들면 가격은 당연히 올라가게 되어 있다. 이제 억울하고 분한가? 그러면 스타트업 딱 접고 직원을 하시든지. 아직 줄 수 있는 돈이 없다고? 벤처투자자의 입장에서 수천 개의 한국 스타트업을 살펴봤지만 스톡옵션에 지나치게 인색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런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주인의식 같은 신석기 시대의 개념을 동원하려는 게 아니다. 을의 입장에 서서 이런 것부터 배려하라는 말이다.

퇴사 사유 2. 사회적 명망과 규모가 더 큰 회사로 이직(14.5%) + 성장 가능성과 비전이 없어서(11.6%) + 커리어 등 성장 가능성이 낮아서(3.7%) = 29.8%

다음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사직 이유로 (1) 사회적 명망과 규모가 더 큰 회사로 이직(14.5%) (2) 성장 가능성과 비전이 없어서(11.6%) (3) 커리어 등 성장 가능성이 낮아서(3.7%)를 하나로 묶을 수 있다. 합치면 29.8%를 차지한다. 이 현상을 근사한 명함으로 폼 잡기 좋아하는 한국인의 특성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틀렸다. 이건 내 레쥬메를 근사하게 꾸며서 장차 내 몸값을 높이기 위한 생존전략이다.
‘기대마케팅’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앞으로 우리 회사는 이런저런 거 계속해서 만들어내겠다는 허풍으로 고객을 유인하는 전략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창업자들이 잘 썼던 비법이다. 무려 화성에 식민지를 만들겠다는 게 허풍이 아니면 뭐겠는가? 그런 허풍쟁이가 만든, 광고라고는 1도 하지 않는 테슬라. 완전 엉성한 초기 제품을 줄을 서서 구매했던 이유가 뭘까? 그 이유 중 하나가 OTA(over the air, 무선 업데이트), 앞으로 이런저런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업그레이드를 해주겠다는 선언이다. 이게 기대마케팅의 본질이다. 물론 테슬라가 내놓은 허풍은 약속 시간을 맞추지는 못했지만 상당 수준 지켜졌다.
스타트업이 뭔가? 꿈을 먹고 성장하는 존재 아닌가? PDR(주가꿈비율)이라며? 그런 미래의 기대를 내외부에 적극적으로 퍼뜨려야 한다. 특히 유능한 인재를 잡기 위해서라도 바깥에 큰 소리를 내면서 주목을 끌어야 한다. 에디슨-잡스-머스크로 이어지는 천재 창업자들은 그런 식의 기대마케팅에 엄청난 공을 들였고 언론을 가까이 했다. 그래야 사람도 돈도 몰려오기 때문이다. 역사를 통틀어 인간은 본성상 세상을 제패할 영웅의 편에 서기를 원해왔다. 창업자라면 취향에 맞지 않더라도 세상을 제패하려는 영웅의 모습으로 스스로를 꾸며야 한다.

퇴사 사유 3. 인력 부족으로 업무 과중(14.5%) + 팀장과 동료 등의 관계(6.0%) + 야근과 회식 등 근무환경(4.0%) = 24.5%

인력 부족으로 업무 과중(14.5%)과 팀장과 동료 등의 관계(6.0%), 야근과 회식 등 근무환경(4.0%) 등을 다음으로 많은 이들이 퇴사 사유로 꼽았다. 총 24.5%다. 이거야말로 스타트업이 못난 대기업 흉내 내다가 나자빠지는 이유다. 기본이 안되었으니 구제 방법이 없다고 봐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철저하게 을의 입장에 서야 한다. 당신의 그 꿈을 완성해주기 위해 청춘을 갈아 넣는 사람들에 대해서 예의를 다하는 게 당연하지 아니한가?!
그런데 이 대목에서 근본적으로 HR 관점의 전환도 생각해봐야 한다. 삼성에서 근무했던 경력자들이 동창회를 만들어서 미국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사람들이 많을 거다. 뭐 삼성 정도의 규모에서 오래 근무하면 인연이 생길 수밖에, 오케이! 컨설팅 회사 맥킨지 동창회(McKinsey alumni)는 들어보았는가? 세계 최고의 전략컨설팅회사에서 같이 일했던 사람들이니 서로 도움을 준다는 거? 근무기간이 짧지만 윈윈이 크니까 오케이! 그런데 평균근속기간이 2년이 채 안 된다는 구글도 구글동창회(Google alumni)라는 게 있어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건 어떻게 봐야 할까? 그게 다 그곳에서 근무했었다는 기록이 엄청난 역량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이제 이런 걸 만들어주어야 한다. 얼마 전까지 취업시장에서 어느 대학 출신이냐가 벼슬이었다면 앞으로는 특정 회사의 근무경력이 강력한 벼슬이 될 판이다.
장기 근속에 익숙했던 롯데호텔이 러시아 모스크바에 호텔을 오픈하고 초기에 크게 충격을 받고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엄청난 반전에 성공했던 비결이 있다. 오픈 초기에 애써서 채용하고 훈련시킨 직원들이 1~2년이 멀다 하고 죄다 경쟁사에 스카우트되어 이직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 현상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인 총지배인은 ‘멘붕’에 빠졌다. 경쟁사가 보장해주는 연봉으로 맞받아치자니 비용은 대책 없이 올라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총지배인이 아주 엄청난 역발상을 했다. 아예 퇴직 파티를 열어주기로 작정을 한 것이다. 우리 회사에서 좋은 경험을 쌓아서 더 나은 몸값으로 이직을 하는 사람들에게 축하파티를 열어주고, 총지배인이 직접 참석해서 선물도 주고, 가서 더 많은 경험을 쌓고 더 훌륭한 인재로 성장하기를 기원해주는 거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고 싶으면 언제라도 연락을 해달라는 부탁까지 했다. 그렇게 이직한 직원들이 사무실 책상에 이직파티 사진을 놓는 경우가 늘어났다. 이직과 관련해서 알짤 없기로 유명한 러시아인들의 눈에도 상당히 낯선 일이었다. 몸값을 올려서 이직하는 직원들에게 축하를 해준다? 입소문이 나면서 동양에서 온 낯선 브랜드의 호텔이 호텔리어들의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좋은 인재들이 롯데호텔에 지원서를 내기 시작했고, 그렇게 좋은 인재들이 와서 경력을 쌓다 보니 나중에 더 좋은 조건으로 다른 호텔에 스카우트가 되었다. 일이 그렇게 풀리다 보니 더 좋은 인재들이 경쟁적으로 들어오고 서비스는 폭발적으로 좋아졌다. 부수적으로 아무나 입사할 수 없는 대단한 호텔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그렇게 러시아인들이 무시하는 동양인들이 세운 롯데호텔이 서양의 쟁쟁한 브랜드 호텔을 무찌르고(?) 러시아 전체에서 서비스 1위 호텔로 10년째 선정되고 있다. 당연히! 평균 방값은 러시아에서 제일 비싸다. 지금도 말이다. 그리고 그런 프로세스의 부산물이랄까? 러시아 호텔 노동시장에서 롯데호텔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인재들은 더 높은 몸값을 받고 있다.
역발상이다. 이직을 두려워하지 말고, 우리의 동료가 우리 회사에서 쌓은 경력으로 더 높은 몸값으로 모셔져 가는 것을 축하하면서 떠나 보내자! 당장 아쉽지만 더 좋은 인재의 흐름으로 보답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회사가 세상을 바꿀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려고 애쓰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노력의 위대한 부산물(?)로 높은 가치를 가진 인재도 만들어내는 게 좋지 않겠는가? 뭐, 시간이 흐르면 그 부산물(?)이 세상을 더 크게 바꾸겠지만 말이다. 또 그러다 보면 당신이 꾸는 그 꿈의 가능성도 더 커질 것이다.
전영민 롯데벤처스 대표
전) 롯데인재개발원 원장(8년 재임)
전) 롯데그룹본부 인사팀(21년 재임)
경영학 박사
저서: <어떻게 일하며 성장할 것인가>, <왜 여성 인재인가>, <팀장 매뉴얼> 외 다수
연재 인재경영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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