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구성원이 함께 지켜나갈 미션/비전과 함께 핵심가치(core value)를 만들었는데요, 아직 성과관리 제도는 따로 없습니다. 채용 면접과 신규 입사자 수습 리뷰도 모두 핵심가치를 기반으로 진행해요. 그리고 앞으로도 한동안은 별도의 평가지표를 만들기보다는 핵심가치 기반으로 반기/연말 평가를 모두 진행하고 싶습니다. 핵심가치로 평가를 잘 진행하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이런 고민을 토로하는 초기 스타트업 인사 담당자 분들을 종종 만나게 됩니다. 고민을 함께 풀어나가기 위한 첫번째 글((1) 핵심가치의 행동지표화)에 이어, 이번 글에서는 핵심가치를 도출하는 방법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미 조직 내에 자랑스러운 핵심가치가 있다면, 이 글을 끝까지 읽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핵심가치가 있더라도 정교화가 더 필요한 단계에 있다고 판단되거나, 핵심가치가 아직 없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가닥을 잡는 데 이 글이 분명 참고가 될 거예요. 
(2) 핵심가치 수립 방법
조직의 가치체계의 내재화
미션(mission), 비전(vision), 목표(goal), 전략(strategy), 핵심가치(core value) 등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회사 채용 홈페이지에 나오는 것이라고요? 네, 그것도 맞는 말이기는 합니다만
앞에서 나열한 것들은 모두 '조직의 가치체계'를 구성하는 요소들입니다. 가치체계는 회사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보여주는 것들이지요. 모두가 힘을 합쳐서 한방향으로 달려가려면, 구성원들이 이 가치체계를 얼마나 잘 내재화했는지가 중요합니다.
조직의 가치체계와 구성요소별 정의
그렇다면, 어떻게 조직 내 가치체계를 전파하고 내재화할 수 있을까요? 교육과 워크샵을 자주 운영하면 구성원들이 회사의 가치체계를 본인의 것으로 받아들일까요? 홍보물, 홍보 책자를 만들거나 컴퓨터 바탕화면을 만들어 전달하면 내재화가 더 잘 될까요? 아니면 모범적인 행동을 꾸준히 보이며 일하는 동료를 칭찬하고 보상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내재화된 행동을 장려하는 게 좋을까요?
사실 가치 내재화를 위해 HR이 수행할 수 있는 과제는 워크샵, 캠페인, 타운홀 미팅, 시상식 등 정말 다양하고, 수많은 성인학습이론을 변용하여 가치 전파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구성원이 납득할 수 있고, 이해하기 쉬운 가치체계가 수립되어 있다'는 전제입니다. 다른 회사가 성공적으로 운영했다는 내재화 프로그램을 도입한다고 해도, 비전-핵심가치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HR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구성원 입장에서 모두 시간 아까운 활동일 수밖에 없습니다.
핵심가치 수립의 단계
구성원 수가 비교적 적고 조직의 복잡도가 낮은 조직에서는 핵심가치로 모두의 행동 방식을 규정할 필요가 크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으니, 억지로 수립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경영진을 비롯해 모든 구성원이 미션을 달성하기 위한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고, 이를 토대로 논의하고 회고하면서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찾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마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고유한 정체성(identity)가 생겨나고 있는 '느낌' 정도는 있을 것입니다. 반면, 구성원 복잡도가 점차 올라가고 일하는 방식에 대해 헷갈려하는 구성원들이 생겨나고 있다면, '느낌'으로 그냥 두지 말고 가치체계를 다듬는 것이 좋습니다. 핵심가치 수립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핵심가치 수립은 다양한 실행방안(action item)이 수반되는 꽤나 긴 여정이니만큼 단계별로 나누어 생각해보도록 합시다.
1단계: 데이터 취합과 이슈 분석
핵심가치 수립을 위한 프레임워크(framework)
프레임워크의 각 요소별 목적
1단계는 각종 데이터를 모으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실행 주체는 HR팀이고, 구성원보다는 주요 경영진의 참여 비중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비전과 전략을 구체화하고 이를 전달할 책임과 권한이 리더에게 더 많기 때문이지요. 내부와 외부에서 취합할 수 있는 데이터를 마구잡이로 조사하기보다는, 위와 같이 일정한 프레임워크 안에서 정리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각 요소별 액션 아이템
표에 제시된 대표적인 액션 아이템을 모두 수행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구조화하지 않고 무작정 설문조사나 인터뷰를 하기보다는, 각 활동들이 가지는 의미를 정리하고 선택적으로 핵심가치 수립에 활용해야 합니다. 그래야 HR과 경영진, 구성원의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1단계에서 진행하는 액션 아이템들의 목적을 요약하자면, 비전/전략과 핵심가치 체계를 형성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견해 및 니즈를 파악하고, 다음 단계에 진행될 경영진 워크샵을 위한 기초적인 재료를 모으는 것에 있습니다.
2단계: 핵심가치 워크샵 진행
1단계에서 여러 데이터를 모았습니다. 여태 경영진이 강조했던 비전에 대한 이야기 정리도 마쳤고, 내부 구성원들의 서베이 결과도 취합했으며, 외부 선진기업의 조직문화나 성공/실패 사례에서 배워야 할 점도 벤치마크를 마친 상태입니다. 이제 2단계에서는 이 재료들을 가지고 경영진 워크샵을 통해 핵심가치 '키워드'를 도출하는 활동을 이어갑니다. 보통은 '워크샵'의 형태로 진행이 되는데요, 한번에 끝낼 수 있다고 기대하기보다는 여러 차례에 걸쳐 이슈를 진단하고 구성원의 니즈를 듣고 우리의 핵심가치에 어떤 키워드가 들어가면 좋을지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해야 합니다.
이때, 백지 상태에서 논의를 진행하기는 어려우므로, 1단계에서 모은 데이터를 분석해 공통적으로 묶이는 주제어들을 워크샵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가 정리해서 논의를 돕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이슈를 진단해보니 핵심가치 키워드 중에서 '신뢰'라는 주제어가 도출되었다면, 이것에 관해 논의할 수 있도록 1단계의 데이터 중 우리 조직만의 '신뢰'를 구조화하기 위해 도움될 만한 모든 데이터를 종합하여 논의할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주제어별로 데이터를 종합해두면 논의를 할 때 집중력 있게 우리 조직만의 '언어'로 핵심가치를 정교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경영진 워크샵에서 위 데이터를 함께 살펴보면서 미션, 비전, 핵심가치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눠볼 것을 권장합니다. 아래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가 제안한 몇 가지 질문입니다. 논의를 진행할 때 활용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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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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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가 하는 모든 일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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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는 왜 존재하고, 구성원들은 무엇을 이루기 위해 모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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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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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함께 성취하기를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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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달성할 수 있는 장기적인 관점의 목표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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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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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와 함께, 고객을 위해 일하면서 따라야 할 핵심 원칙은 무엇인가?
핵심가치 수립 Worksheet
키워드 도출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간단한 예시워크 시트(Worksheet)입니다. 핵심가치 워크샵에서 활용해보셔도 좋겠습니다. 레몬베이스 제공
3단계: 전사 공유와 의견 취합
워크샵을 비롯해 리더들이 여러 차례 논의를 거쳐 핵심가치 수립을 완료했다면, 구성원과의 소통을 통한 '공감대 형성' 단계가 남았습니다. 리더들끼리만 공감하고 그것이 구성원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면, 어떤 내재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더라도 구성원이 한방향으로 정렬(alignment)되어 일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당연히 핵심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채용이나 평가 등의 다른 HR 제도 정착도 어려워질 것입니다. 따라서 핵심가치에 대해 경영진이 충분한 논의를 거쳐 도출한 '결과물'을 정리해서 전사 회의에서 발표하는 등 공식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해야 합니다. 이때 각 핵심가치가 왜 중요한지 근거도 함께 설명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하고요.
4단계: 지속적인 업데이트
전사 공유 이후에 의견을 취합해 어떤 핵심가치에 가장 공감이 되고, 가장 공감이 되지 않는지를 파악하여 필요에 따라 공감을 얻지 못한 핵심가치는 다시 정교화하거나 재정의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또 구성원들이 미션, 비전, 핵심가치에 대해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남길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합니다.
조직문화와 핵심가치는 본질적으로 정적인(static) 것이 아닌, 동적인(dynamic) 것입니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최근 2년 사이에 조직 외부 환경에 거대한 변화가 생겼고, 일하는 방식 역시 크게 바뀌었지요. 이러한 변화 속에서 조직문화와 회사가 집중해야 할 가치에 관해서도 큰 정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현재의 핵심가치 중에서 폐기되어야 할 내용은 없는지, 반대로 도입되어야 할 새로운 가치는 무엇일지 확인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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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핵심가치 기반으로 평가를 진행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