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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강한 조직의 심리적 안전감

Updated
2022/01/26
Tag
심리적 안전감
Trends
By
장윤제(People Scientist) greg@lemonbase.com
⛺️ 바쁜 하이커를 위한 세 줄 요약
구성원이 업무와 관련해 그 어떤 의견을 제기해도 보복당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 조직 환경으로서 ’심리적 안전감’은 역사적으로 업무 환경이 위협받는 시기마다 주목받았어요. 구성원의 변화 수용과 몰입 및 성장을 돕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죠.
심리적 안전감은 구성원의 몰입과 만족을 높이고 창의적인 생각과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등 회사 생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어 조직의 성과를 향상시킵니다.
반대로 심리적 안전감이 결핍된 상황은 업무와 조직은 물론 사람 간의 모든 소통 과정에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요. ‘일과 일상의 통합’으로 나아가는 엔데믹 시점에, 직장에서의 심리적 안전감은 곧 삶의 심리적 안전감을 형성하는 데 꼭 필요한 요소입니다!

심리적 안전감을 구축하는 0단계: 개념과 역사의 이해

코로나19(COVID-19)는 현재진행형입니다. 우리 사회 깊숙이 아직 채 아물지 않은 상처를 남겼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여전히 진행중입니다. 그야말로 삶의 모든 조각을 바꾸어 놓은 코로나 사태지만,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조각 중 하나는 바로 우리가 일하는 방식이지 않을까요.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공간에서 근무하던 일상은 최대한 물리적인 거리를 유지해야 하거나 아예 각기 다른 공간에서 근무하는 방식으로 전환되었고, 함께 밥을 먹는 시간은 친밀감을 나누는 기회에서 전염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제가 속한 레몬베이스도 이런 변화 밖에 있지 않습니다. 재택 근무는 늘었고, 회식은 줄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는 줌 미팅에서의 목소리는 줄지 않더군요. 팀내 논의도 활발했습니다. 그래서 궁금해졌습니다, 우리의 비결이.
역사적으로 업무 환경에 불확실성이 만연한 요즘 같은 시기에 구성원의 몰입과 변화 수용 및 성장을 돕는 중요한 요소로 주목받은 것이 있는데요, 바로 심리적 안전감 (Psychological Safety)입니다. 심리적 안전감은 1965년 처음 개념이 정의된 이래로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며 일하는 방식이 급변하고, 전세계적인 경제 위기에 따른 직장에서의 불안감이 고조되는 시기에 난관을 헤쳐나가기 위한 주요 조건으로 꼽혔습니다. 저는 제가 레몬베이스라는 조직에서 느끼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심리적 안전감’이라고 확신하고 있는데요. 그리고 심리적 안전감이 단순히 최근 코로나로 인한 혼란만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맞닥뜨릴 변화에 유연하면서도 강건하게 대처하고 구성원과 기업이 동반 성장하기 위해서 필수적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렇게 심리적 안전감을 구축하는 단계별 콘텐츠 시리즈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심리적 안전감의 정의

1990년부터 심리적 안전감을 연구해온 미국 하버드대의 에이미 에드먼드슨(Amy C. Edmondson) 교수는 저서 <두려움 없는 조직>에서 심리적 안전감은 구성원이 업무와 관련해 그 어떤 의견을 제기해도 벌을 받거나 보복을 당하지 않을 거라고 믿는 조직 환경이라고 정의하였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심리적 안전감이 특정인과의 관계에서 조성되는 것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환경을 통해 조성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특정 대상끼리만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이 그 누구와도 자유로운 의견 제시가 가능한 상태 및 환경을 의미합니다. 이런 환경이 조성되어야만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변화에 적응하여 성장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뿐만 아니라, 심리적 안전감은 조직의 성과를 향상시키고, 구성원의 몰입도와 만족도를 높이며, 창의적인 생각,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등 회사 생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수많은 연구 결과로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심리적 안전감은 단순히 조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라기보단,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모든 환경에서 결핍되는 경우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필수적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97년 대한항공의 801편 항공기 괌 추락 사고는 심리적 안전감의 필요성을 잘 보여주는 예시입니다. 미국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의 최종 보고서는 부기장과 기관사가 기장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을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규명하였고, 기장이 적시에 복행(기존의 착륙 시도를 포기하고 재시도하는 것)을 하지 않은 것 또한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비슷한 원인으로 인한 사고 방지를 위해 NTSB는 해당 보고서를 통해 비행 조종사들이 복행을 두려워하거나 회피하지 않도록, 항공사들에 복행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고 복행을 지지하는 정책을 수립할 것을 권고하였습니다.1^1 당시, 보고서에서 심리적 안전감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지만, 복행을 시도 또는 제안하는 것에 대한 질책 및 이에 대한 우려가 없도록 정책 수립을 권고함으로써 조종사들의 복행에 대한 심리적 안전감 구축을 지시했습니다. 만약, 부기장과 기관사가 직접적으로 기장의 결정에 반하는 의사를 표시하고 복행했다면, 즉, 심리적 안전감이 조성된 근무 환경이었다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가능성이 높겠지요.

심리적 안전감의 역사

심리적 안전감은 MIT의 교수인 에드거 샤인(Edgar Schein)과 워렌 베니스(Warren Bennis)가 1965년 처음으로 정의하였습니다.2^2 이후 심리적 안전감의 중요성은 역사적으로 근무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기에 다시금 떠오르곤 했습니다.
먼저, 심리적 안전감이 처음 제시된 1960년대엔 2차 세계대전을 통해 축적된 효율적인 제조/생산 방식의 노하우가 생산 자동화로 이어졌습니다. 이 당시, 미국은 자동화 공황(Automation Depression)3^3이라고 불릴 만큼 노동시장에 급격한 변화가 불어닥쳤고, 기계가 사람을 대체함에 따라 실직자가 급증했습니다. 이처럼 일하는 방식이 급변하자 미 정부가 지역 신문에 아래의 광고를 게재하며, 노동자들의 학습과 변화를 촉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어제의 기술로 내일의 일자리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플로리다주의 지역 신문 Sarasota Herald-Tribune에 1965년 2월에 게재된 미국노동청의 공익 광고
‘불확실성을 타개하고 변화를 추구하기 위해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의견 제시에 따른 불이익이 없는 조직 환경을 나타내는 심리적 안전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시대적 배경에는, 노동자들이 필히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고 일하는 방식을 바꾸어야 했던 1960년대의 위기 상황이 녹아있다고 미루어 생각할 수 있습니다.
개념이 처음 제시된 직후의 10년 이후로는 1990년대가 될 때까지 심리적인 안전감이 학계나 현업에서 지속적으로 주목받는 개념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아래는 앞서 언급한 심리적 안전감을 처음으로 제시한 책 <Personal and organizational change through group methods: The laboratory approach>을 인용한 논문의 수와 이의 증가율을 나타내는 도표입니다. 발행 이후 10년 동안(1966~1975) 해당 책을 인용하는 논문 수 증가세 대비, 1976년부터 1990년까지 이를 인용하는 논문 수의 증가 폭이 확연하게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965년 처음으로 심리적 안전감을 제시한 책 Personal and organizational change through group methods: The laboratory approach을 참조하는 논문 수의 누적값(파란색 막대) 및 증가율(주황색 선). 출간 이래 약 10년간 해당 책을 인용하는 논문의 수가 증가하였으나, 이후 1990년까지 매해 소폭의 증가세를 보임. 상기 데이터는 모두 Google Scholar에서 해당 도서를 참조한 논문의 수를 발행 연도별로 자체적으로 집계한 결과임.
이렇게 학계 및 대중들의 관심 속에서 잊혀져 가던 심리적 안전감은 1990년 윌리엄 칸(William Kahn) 교수, 1999년 에이미 에드먼드슨 교수가 각각 현재에도 가장 많이 인용되는 기념비적인 논문을 발표함으로써 점차 조직 심리학의 주요 주제 중 하나로서 연구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매해 꾸준히 이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습니다.
특히, 아래 도표가 보여주듯, 2008년 경제 위기, 2020년 코로나 사태와 같이 직장에서의 위기 때마다, 심리적 안전감에 대한 관심은 급증했습니다. 칸 교수와 에드먼드슨 교수가 논문을 발표한 1990년대 역시 개인용 컴퓨터의 보급에 따른 일하는 방식의 변화, 활발한 기업사냥, 대규모 해고, 닷컴 버블(dot-com bubble) 붕괴 등 급격한 변화와 이에 따른 혼란이 존재했던 시기이기에, 이때 두 교수가 심리적 안전감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한 것이 비단 우연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4^4
21세기에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에 대하여 작성된 논문의 수(검은색 점) 및 이의 우세선(파란색 선). Google Scholar의 데이터를 자체적으로 분석한 결과로, ‘Psychological Safety’를 한 단어로 검색하여 연도별 논문의 수를 집계하였음.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2020년 코로나 사태가 일어난 동안 큰 폭으로 심리적 안전감에 대한 논문 발표가 늘어난 것을 알 수 있음. 또, 관련 논문 수가 대폭 증가한 2014년은 유럽 경기 부양책의 실패와 이에 따른 급격한 정세 변화가 있었던 해임.

앞으로의 우리 그리고 심리적 안전감

코로나19는 재택근무, 메타버스, 자율석 제도, 분산형 오피스 등 우리가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불러왔고, 더 이상 물리적인 시공간에 공존하며 구성원 간 유대감을 형성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또한, 인공지능을 필두로 하는 산업의 변화는 기계가 사람을 대체했던 1960년대의 모습을 답습할 가능성이 높으며, 몇몇 금융업과 같은 분야에서는 지점을 축소하며 직원 수를 줄이는 현상이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과 일상을 구분하여 균형을 조절하는 ‘워라밸(Work Life Balance의 줄임말)의 시대’가 아닌 일과 일상이 구분 없이 통합하는 ‘워라인(Work Life Integration)’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직장에서의 심리적 안전감은 삶의 심리적 안전감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것입니다. 직장의 물리적 경계가 사라지면서 심리적 안전감 역시 그 테두리를 벗어나 삶 전체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예상해봅니다.
자, 지금까지 역사 속에서 급격한 업무환경 변화가 일어났던 장면들과 이때 등장한 심리적 안전감이 21세기에 이르러 그 중요성이 대두된 과정을 살펴보았는데요, 다음 글에서는 심리적 안전감의 영향 및 효과에 대해서 조금 더 상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Footnote

1^1National Transportation Safety Board. (2000). Aircraft Accident Report: Controlled Flight Into Terrain, Korean Air Flight 801, Boeing 747–300, HL7468, Nimitz Hill, Guam, August 6, 1997 (NTSB/AAR-00/01 ;).
2^2 Schein, E. H., & Bennis, W. G. (1965). Personal and organizational change through group methods: The laboratory approach. New York: Wiley.
3^3 Wartzman, R. (2017). The end of loyalty the rise and fall of good jobs in America. PublicAffairs.
4^4 McGregor, J. (2014, April 18). 9 things you didn’t know about the office cubicle. Washington Post. https://washingtonpost.com/news/on-leadership/wp/2014/04/18/9-things-you-didnt-know-about-the-office-cub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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