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우리 일상의 모든 것을 변화시킨 지 만 2년을 지나고 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일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일(work)의 가치와 방법은 이미 크게 달라졌고, 특별히 설명을 덧대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미 그 변화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코로나 상황에 관계없이 ‘미래의 일터(workplace)’가 달라질 것이라 예상하는 것 또한 그다지 특별한 이야기는 아닐텐데요. 대퇴사 시대(the Great Resignation), 하이브리드 워크(hybrid work) 등 일의 변화에 대한 다양한 키워드들 또한 이미 여러 트렌드 소개 콘텐츠를 통해 접하셨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2022년의 12분의 1이 지난 지금 필요한 것은 트렌드 예측보다는 해석일 것이라는 생각에, 레몬베이스 피플 사이언스 팀은 국내외 연구기관, 컨설팅 회사 등에서 발행한 여러 트렌드 리포트에서 ‘사람들이 일을 통해 어떻게 성과를 이루며 성장할 수 있을지'와 연결된 변화에 주목하며 아래와 같은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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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퇴사 시대, 현재 대한민국에서도 유효한 키워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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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워크가 보편화된 일터의 변화는 어디까지 진행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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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 트렌드 변화는 채용부터 보상까지, HR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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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중심에 있는 HR 거버넌스는 무엇을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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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 테크가 선택이 아닌 필수인 배경에는 무엇이 있을까?
‘대퇴사 시대’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일을 그만두고 있다는 현상 그 자체보다 앞으로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언제, 어떻게 일할 것인지를 능동적으로 선택하게 될 것이라는 변화의 전조로 해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들이 일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는 일터(조직)의 변화로 이어질 것입니다. 코로나가 촉발한 하이브리드 워크는 단순히 재택근무를 위한 시스템 도입에 그치지 않고, 조직마다 속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개인을 중심에 둔 조직의 근본적 변화’를 견인할 중요한 변화로 인식하고 대비되어야 합니다. 나아가 이 모든 변화의 중심에는 ‘능동적 개인’이 있으며, 고정된 역할을 수동적으로 수행하는 개인이 아닌 ‘개인의 스킬’로 조직에 어떻게 기여하도록 할지가 더 나은 성과와 성장의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의 변화를 조직이 더욱 기민하게 이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디지털화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질 것이고요.
일하는 개인으로서, 혹은 조직을 이루어 어떻게 일할지 고민하는 리더로서, 혹은 조직 구성원들의 몰입과 성장을 고민하는 HR 담당자로서 마주할, 머지않은 미래의 변화에 대응하는 데 이어지는 자료와 해석이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대퇴사 시대를 예고하는 개인화와 수입 다각화
코로나19는 일하는 방식을 크게 변화시켰는데, 이런 코로나의 영향을 잘 드러내는 것이 ‘대퇴사 시대’로 일컬어지는 현상일 것이다. 경기 회복과 상관없이 자발적으로 퇴사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현상으로, 미국에서 두드러지게 확인되고 있다. 2021년 9월엔 2011년 이후 역대 최고의 자발적 퇴사율(3%)을 기록했고, 아래 도표에서도 나타나듯 이미 상승 추세를 보이던 자발적 퇴사율은 코로나를 기점으로 급격히 상승한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의 자발적 퇴사율 증가 원인은 코로나로 인해 집에서, 또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짐에 따라 출퇴근의 무용함 그리고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과 같은 개인 삶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코로나 이전(2019년 이전)과 이후(2019년 이후, 주황색 블록) 미국의 자발적 퇴사율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것을 확인할수 있다. (자료 출처: 한국 고용노동부의 사업체노동력조사, 미국 노동통계국)
아직 국내에서는 자발적 퇴사의 트렌드가 포착되고 있지는 않다. 코로나 사태 발발 이후 주춤했다가 급격히 상승한 미국의 자발적 퇴사율과 달리, 같은 기간 한국의 자발적 퇴사율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자발적 퇴사율의 추이는 미국과 달리하고 있지만, 앞서 언급한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트렌드가 확산되는 것은 한국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 이전부터 한국의 1인 가구 비율은 증가하고 평균 가구원 수는 감소해왔으며, 특히 2021년 3분기에는 1인 가구 비율이 40%를 돌파했다. 말 그대로 대다수가 1인, 즉 개인으로 구성된 가구인 셈이다. 또 오픈마켓, 유튜브, 프리랜서 재능 거래 플랫폼 그리고 긱(gig) 이코노미를 통한 부업 내지는 추가 수입을 얻을 수 있는 기회는 늘었고, 주 52시간 근무제, 재택 근무 등으로 늘어난 여가시간을 활용하여 회사에서의 근무를 통해 얻은 전통적인 근로소득 외 추가 소득을 벌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근로소득과 이를 얻을 수 있는 회사 생활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근로자의 삶이 점차 회사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1인 가구 증가로 확인된 개인 중심의 생활 모습과 근로소득 중심의 소득구조에서 탈피한 가계수입의 다각화를 기반으로, 회사 구성원들의 삶의 중심은 더이상 회사가 아니라 개인이 되었다. 이는 곧 조직문화, 근무환경, 보상 등에 대한 불만이 곧 퇴사/이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풀이할 수 있다.
아직 대퇴사 시대의 그림자는 대한민국의 노동시장에 그늘을 드리우지 않았다. 하지만 퇴사/이직의 무게가 가벼워진 만큼 퇴사 요인이 되는 조직문화와 근무환경의 변화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기업도 대퇴사 행렬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주연이 된 메타사피엔스
메타사피엔스가 무대의 전면에 등장했다.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이 메타버스로 이름을 바꾸면서 변화의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 메타버스는 초월(meta)과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을 초월한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메타버스에서 일하고 즐기는 메타사피엔스의 가장 큰 특징은 물리적 한계가 없다는 것이다. 즉 시장의 물리적 거리도, 사람 간의 물리적 거리도 장벽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글로벌 시장 확대와 협업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가상 공간에 실제와 같은 공장을 지어 관리하면 현장(해외 공장)에 있는 로봇이 움직이는 방식의 스마트팩토리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CES 2022에서 선보인 ‘메타모빌리티(로보틱스+메타버스)’ 청사진의 일부다.
메타버스에 실제와 같은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고 로봇을 포함한 기기와 장비를 연결해 공장을 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팩토리의 연출 이미지. 현대자동차 제공
코로나19가 ‘하이브리드 워크’(사무실 안팎의 근무가 혼합된 형태)의 정착을 앞당기면서 ‘메타버스 회의'도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지난해 말 “2~3년 내 대부분의 회의는 메타버스로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¹ 하이브리드 워크를 지원하지 못하면 인재전쟁(Talent War)에서 패배한다는 위기 의식도 커지고 있다. 원격 근무나 재택 근무가 생산성을 떨어뜨리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이러한 움직임을 뒷받침한다.
인적자원개발(HRD)의 모습도 달라진다. 와튼 인터랙티브(Wharton Interactive)가 제공하는 시뮬레이션처럼 경영 노하우 같은 경험 지식도 메타버스에서 축적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스킬 중심의 인재경영
스킬(skills)을 중심으로 채용과 인사이동, 보상까지 HR 전반이 바뀌고 있다. 지난해 개발자 몸값 경쟁은 예고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서 스킬이란 ‘훈련이나 반복 학습으로 습득되는 능력’이란 뜻을 지닌다.
과거에는 채용 시 학력이나 전 직장처럼 표면적인 자격 요건(qualification)을 기반으로 개개인의 적격 여부를 판단하곤 했다. 이와 같은 속인주의적인 채용과 인재관리는 노동시장 불균형 및 양극화, 순혈주의 양산, 경쟁문화 등의 부작용을 가져오기도 했다.² 2010년대 들어, ‘공채 문화'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졌고, 수시/상시, 추천, 인턴 채용이 확대되면서 직무와 역할 중심의 인사가 본격화되었다.
디지털화가 가속화하면서 여기서 더 나아가, 고정된 직무 및 역할보다 개별 성과와 더 긴밀하게 연결되는 세부 구성요소인 ‘스킬'이 주목받고 있다. 기업들은 채용에서 지원자가 가진 스킬이 바로 활용 가능한 것인지, 그리고 이 스킬을 활용하여 성과 경험을 쌓았는지에 더욱 집중하게 되었다.
기존 구성원들의 재교육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오프라인 채널 중심의 유통사가 사업 전략을 수정하면서 온라인 채널을 확대해야 하는 경우, 기존 오프라인 채널 마케터들은 업스킬링(upskilling, 현재 수행하는 직무를 위해 새로운 스킬을 배우는 것)을 위해 디지털 마케팅과 그로스 해킹 기법을 학습하거나, 리스킬링(reskilling, 새로운 직무에 필요한 스킬을 배우는 것) 차원에서 다른 직무의 교육을 받고 직무 이동을 고려할 상황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디지털화에 필요한 스킬을 가진 인재들을 너도나도 찾고 있는 상황이다. 2022년까지 현재 활용하는 핵심 업무 기술의 42% 이상이 신기술로 대체되고, 2030년까지 전 세계 3분의 1 정도의 직무가 변할 것이라고 예상되어 인재 전환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 Skills & Endorsements 기능 소개 영상 캡처. 링크드인(LinkedIn)은 2100여 명에 이르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지식, 스킬, 노하우를 담은 콘텐츠를 통해 학습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며,³ 각 개인의 프로필에서 어떤 스킬을 가지고 있는지를 스스로 태깅하거나 동료가 태깅을 해주는 방식으로 개인의 이력을 관리할 수 있게 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직무 가치를 기반으로 한 보상보다는 수요가 높은 스킬을 가진 사람에게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제공하는 경향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IBM에서는 이미 수요가 있는 스킬을 가진 구성원에게 높은 급여를 지급하고 있으며, 국내 회사 중에는 LG CNS에서도 기술역량 레벨을 반영하여 연봉 인상률을 결정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⁴
또한 과거와 같이 보고 라인에 기반하여 조직에 인력을 배치하던 방식에서 벗어나서 직원의 관심사와 스킬을 기반으로 조직에 배치되는 방식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개인은 직무 공고나 입소문으로 새로운 기회를 찾기보다는 독특한 스킬 포트폴리오를 준비해두고 자신의 스킬이 활용될 수 있는 조직을 적극적으로 찾을 수 있어야 한다.⁵
피고용인(employee) → 사람들(people) → 개인(individual) 중심의 HR 거버넌스
기업 경영의 테두리 안에서 ‘거버넌스’란 말은 경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의사결정, 계획, 운영 등 일련의 프로세스를 의미한다. ‘HR 거버넌스’는 경영 전략과 정책을 효과적으로 실행하고 운영하기 위해 HR 차원에서 구축한 프로세스, 의사결정 체계를 비롯한 일련의 활동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HR 거버넌스를 주도하는 경영진과 HR에게는 여러 이해관계자 중에서도 일종의 내부 고객인 구성원의 중요성이 단연 높다. 과거에는 고용주(employer)의 수동적 개념으로 직원을 ‘피고용인(employee)’으로 바라보던 시절도 있었다.⁶ 그러나 에이브러햄 매슬로(Abraham Maslow)를 필두로 하는 인본주의 기조와 함께, 기업 경영에서도 구성원들을 자아 실현과 같은 고차원적인 욕구를 실현하고자 하는 잠재력을 지닌 존재로 인식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인간(human being)’의 모습을 한 사람들(People)로 인식된 구성원은 이제 초개인화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개개인(individual)’ 단위로 HR 거버넌스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초개인화 시대의 조직 구성원들은 기민한(agile) 협업과 팀플레이를 위한 소속감을 여전히 원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개성과 욕구가 무시되는 것은 용납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전 시대 직원에 비해 스스로의 행복과 성장에 초점을 맞춘다. 이러한 변화에 발 맞추어 HR은 더 이상 구성원을 감시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개개인으로 신뢰하게 된다.
자연스레 개인의 성과관리에도 기존과 다른 방식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개인으로서의 구성원은 평가자와 피평가자로서 ‘크라우드소싱’을 통해 더 활발히 피드백을 주고받게 될 전망이다. 크라우드소싱은 대중을 의미하는 크라우드(crowd)와 아웃소싱(outsourcing)의 합성어로, 여기서 대중은 상사, 동료, 부하, 외부 관계자 등 일터에서 만나게 되는 이해관계자 모두를 의미한다. 시공간의 제약 없이 누구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각자의 성과에 대해 의견을 나눌 수 있다. 앞으로는 이처럼 다면평가와 소셜미디어가 결합된 형태의 크라우드소싱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경험이 늘어날 것이다.⁷
HR의 복잡화는 디지털화 촉진
HR 거버넌스가 구성원 한사람 한사람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분산화, 복잡화하면서 디지털화를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사람의 유형을 나누거나 절차의 단순화를 위한 모델링을 통해 관리하기보단, 구성원의 기분과 건강 상태에서 번아웃 등 이상신호를 적시에 파악하는 것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팀의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펄스 체크(pulse check)나 팀 헬스 체크(team health check)의 방법론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HR 테크에 대한 기업들의 비용 지출이 양적으로도 증가하고, 용처도 늘고 있다. 기존엔 채용과 보수 관리에 집중되었다면, 피드백 등 커뮤니케이션 도구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고 미국인적자원관리협회(SHRM)는 밝혔다. SHRM에 따르면 2021년 기업들이 HR 테크에 지불한 비용은 전년 대비 57% 늘었다. 또 이같은 추세는 2022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⁸
사피엔트인사이트그룹에 따르면, 조직에서 쓰는 인적자원관리소프트웨어(HRMS)의 수가 2020년 평균 10개에서 지난해 16개로 늘었다. 이같은 증가세는 원격 근무가 늘어남에 따라 구성원들의 웰니스(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이 조화로운 상태)를 추적하는 시스템의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중소기업은 채용 및 교육 시스템에, 대기업은 HR 애널리틱스에 비용을 더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Footnote
¹ GatesNotes. Reasons for optimism after a difficult year. 2021.12.7
²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 인력채용 방식의 특성분석 연구 - 공개채용제도를 중심으로. 2016.12
⁶ HR Trend Institute. 10 HR Trends for 2022: From Adaptation to Transformation. Tom Haak. 2021.11.22
⁷ Center for Effective Organizations. A Study of Cutting-edge Performance Practices: Ongoing Feedback, Ratingless Reviews, Crowd-Sourced Feedback. 2016.01
⁸ SHRM. HR Technology Spending Rebounds, Vendor Satisfaction Up. 2021.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