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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 대신 잡 크래프팅(Job Crafting)

안녕하세요, 하이커 님
'조용한 그만두기(quiet quitting)'의 의미를 '정해진 범위에서 벗어난 업무에 시간을 쓰는 것'을 그만두는 것으로 풀이한다면, 이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잡 크래프팅(job crafting)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이 개념을 연구한 저스틴 버그 미국 스탠포드대 교수의 정의에 따르면, 잡 크래프팅은 '자신의 가치관, 강점, 열정에 더욱 잘 부합하도록 직무를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링크) 따라서 이미 작성된 직무기술서(job description)에서 벗어난 일도 스스로 맡아서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일의 의미와 일에 대한 관심을 되찾음으로써 다시 일에 몰입하게 된다는 측면에서 잡 크래프팅이 번아웃과 보어아웃의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다는 점(링크)을 지난 Lemonbase Camp Weekly(LbC Weekly)에서 짚어보았고요. 이어서 이번 LbC Weekly에서는 잡 크래프팅의 효과, 유형과 적용 방법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보겠습니다.
LbC Weekly는 성과관리 서비스 레몬베이스의 지식과 노하우를 모아둔 '레몬베이스 캠프'에서 최신의 이슈와 트렌드만 선별하여 보내드립니다.
2022.6.22. #
이번 주 성과관리 고민은 잡 크래프팅(Job Crafting)의 효과와 유형입니다.
2001년부터 잡 크래프팅에 관한 연구를 이어온 제인 더턴 미국 미시간대 교수와 에이미 브제스니브스키 예일대 교수는 잡 크래프팅을 설명하기 위해 한 병원의 청소 업무를 맡고 있는 미화원들을 예시로 듭니다.(강연 영상 링크)
연구 대상인 미화원들은 일을 즐기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로 구성된 두 그룹으로 나뉘었습니다. 설명의 편의상 전자를 A그룹, 후자를 B그룹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자신의 직무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B그룹은 직무기술서를 보고 읽는 것처럼 직무를 나열한 데 비해 A그룹은 자신의 직무에 환자, 보호자 등 방문객과의 상호작용과 같은 세부사항을 포함했습니다. 직무에 요구되는 기술에 대해서도 A그룹은 높은 숙련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반면 B그룹은 많은 기술이 요구되지 않는다고 여겼습니다. 자신의 일을 즐기는 A그룹에 속한 미화원은 자신이 'healer(치유사)'의 역할을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혼수상태에 있는 환자의 병실 벽에 걸려 있는 그림을 정기적으로 변경하는 노력을 추가로 기울임으로써 환경을 변화시키고, 이것이 환자의 회복에 도움이 되길 기대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차이는 조직의 변화를 가져옵니다. MIT Sloan Management Review의 아티클에 따르면, 벤 레이커 영국 리딩대 교수 등이 북미 영국 호주 기업의 리더 1000명, 구성원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잡 크래프팅이 경영진의 지원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구현되는 조직에선 내부적으로 역할을 조정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직률이 29%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잡 크래프팅의 세 가지 유형

더턴 교수와 브제스니브스키 교수의 구분에 따르면, 잡 크래프팅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타납니다.
과업 재조정 및 재설계(task crafting)
첫번째 방식은 현재 직무에서 맡고 있는 과업의 유형, 범위, 순서 등 무엇에 변화를 주어야 할지를 찾아서 과업을 수정·추가·삭제·변경하는 것입니다. 팬데믹 이후 대부분(76%)의 잡 크래프팅이 이 유형으로 나타났습니다.(링크) 재택 근무 등으로 상호작용이 많이 줄어들기도 했고, 급격한 변화로 인해 일의 목적과 의미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많은 에너지가 들어갔기 때문이란 설명입니다.
관계 재설정(relational crafting)
함께 일하는 사람과의 관계도 변화의 대상이 됩니다. 멘토링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맺는다든지, 일의 결과로 혜택이 돌아가는 사람과 직접 커뮤니케이션한다든지의 활동을 통해서 일의 의미를 더욱 선명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인식 재수립(cognitive crafting)
자신의 일에 대한 해석을 바꾸는 방식입니다. 내재적인 동기와 장기적인 목표를 찾아보는 것이지요. 이를테면 병원의 미화원이 단순히 쓰레기를 치우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웰빙을 위해서 일하는 것이라고 일의 목적을 찾는 모습이 이에 속합니다. 더 큰 목표에 집중하여 일에 대한 스스로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잡 크래프팅 시작하기

전문가들은 이미 많은 연구에서 실증된 몰입도, 만족도 증가 등의 잡 크래프팅의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 매일 10~15분씩 자신의 업무를 들여다봄으로써 작게라도 시작하라고 조언합니다. 이러한 조언에 따라 4단계에 거쳐 레몬베이스 콘텐츠매니저 직무의 의미를 찾아보았습니다.
1. 과업의 소요 시간, 에너지, 주의력 등 3개의 카테고리로 나눠 고/중/저를 표시한다.
'뉴스레터를 쓴다'는 과업의 세부사항을 글쓰기와 리서치, 인터뷰로 나누고, 소요 시간·에너지·주의력을 평가해보았습니다. 주의력은 에너지와 구별하기 위해 일의 난이도를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레몬베이스 콘텐츠매니저의 과업 목록 예시
2. 동기, 강점, 열정을 발휘할 수 있는 과업을 판별하고, 현재의 업무 방식에서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를 회고한다.
일의 몰입(flow)이 부족한 과업으로 '리서치'를 꼽아봤습니다. "글을 쓸 때는 주변의 소리가 잘 안 들릴 정도로 몰입할 수 있지만 주로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읽는 문헌 연구에는 그만큼의 몰입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잘 나가는 조직은 무엇이 다를까>(원제: The Burnout Epidemic)의 저자 제니퍼 모스의 고충에 크게 공감이 되었죠. 제니퍼 모스의 HBR 기고문에 따르면, 증거 기반 글쓰기(evidence-based writing)를 위한 리서치는 (1) 사실로 의견을 뒷받침할 수 있고 (2) 전문가들의 지식을 얻을 수 있고 (3) 새로운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참신한 정보를 획득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집니다. 이러한 의미를 되짚어봄으로써 글쓰기의 중요한 일부로서 리서치를 받아들일 수 있겠지요.
3. 공통 목적의 과정을 묶고, 이상적인 '버전'을 작성한다.
과업을 나열한 뒤 같은 목적의 과업을 묶고, 보람을 더 크게 느끼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도록 이상적인 상태를 반영한 목록을 작성합니다.
4. 이상적인 상태를 구현하기 위해 개발하고 싶은 기술과 개선 영역을 표시한다.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의 직무를 재정의할 수도 있습니다. 단순히 콘텐츠를 만드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만이 아니라, '지식을 콘텐츠에 담아 독자들이 일에서 성과를 내는 방식을 개선하도록 돕는 일'이라고 콘텐츠매니저 직무를 스스로 이해한다면 지식을 쌓는 과정인 리서치의 의미도 자연스레 달라지게 됩니다.

"Job entrepreneur"

잡 크래프팅을 통해 "job entrepreneur"가 될 수 있습니다. job entrepreneur(잡 앙트러프러너)는 국문으로 옮기기가 상당히 까다로운데요. '스스로 일을 만들어서 하는 직업인'이란 의미로 해석됩니다. 직업을 영위함에 있어서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가진 'crafter(장인)'가 됨으로써 직무 적합성을 높이고 자신의 직업적 운명을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지요. '일하는 사람'으로서 더 나은 자신을 위해 꿈꿀 수 있는 바람직한 모습이란 생각이 듭니다.
글쓰기를 위한 리서치를 하다보니 잡 크래프팅을 둘러싸고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많아서 다음 레터에서 한 차례 더 다루어볼까 합니다. 잡 크래프팅을 개인과 팀 단위로 구분하기도 하는데요.(링크) 다음 레터에서는 개인과 팀의 잡 크래프팅 방법과 아울러 잡 크래프팅의 한계에 대해서도 짚어보겠습니다. 많관부2